멀티미디어 여성 아티스트 몽크, 내달 서울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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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음악.무용.영화.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메레디스 몽크 (53) .작곡.안무.연출을 혼자 도맡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 하나까지 작품으로 여기는 치열함으로 전통적인 무대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그녀에게는 작곡가보다 그냥 '예술가'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97세계연극제 초청으로 다음달 9~10일 오후8시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미국 출신의 작곡가 몽크는 20세기 음악사에서 특이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몽크의 독창과 퍼포먼스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숨쉬기 노래' '새들의 규칙' '평원의 유령' '유대인의 하프' '옛 자장가' '광녀 (狂女) 의 환상' '친구 고르기' '자장가 제4번' 등 야릇한 제목의 노래들이 연주된다.

가끔 몽크 자신의 피아노 반주가 곁들여지기도 한다.

몽크의 음악에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과 변형으로 점철된 미니멀리즘과 대중음악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발성기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 목소리의 기악적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4옥타브에 걸친 폭넓은 음역으로 새소리 등 평범한 목소리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음색을 빚어낸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울부짖기도 하고 철없이 깔깔대다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간혹 알아들을 수 없는 흥얼거림도 나오고 청중을 향해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목소리는 조물주가 창조한 악기중 가장 섬세하고 유연한 악기다.

몽크가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영향을 유난히도 많이 받았던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음악이 환멸을 불러 일으키면서 오는 21세기에는 음악이 인간의 목소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는 성악마저도 가사의 전달에 치중하다보니 인간의 목소리 자체가 갖는 독특한 힘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갖는 신비한 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음악은 중세의 여성작곡가 힐데가르트 폰 빙겐의 음악과도 맥이 통한다.

몽크는 지난 78년 메레디스몽크보컬앙상블을 창단, 폴리포니적인 효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래 가사가 지니는 언어적 장벽을 넘어 신기 (神技)에 가까운 목소리로 관객의 본성에 직접 호소하는 그녀의 공연은 지난해 아비뇽페스티벌.홍콩아트페스티벌 등에서 연일 매진사태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예술 개념과 장르간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적 성격이 강한데도 그녀는 자신이 '아방가르드' 로 불리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실제로 그녀의 음악은 청중과의 소통을 거부하면서 난해함을 추구하는 모더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집안에서 4대째 가수의 전통을 잇고 있는 몽크는 뉴욕 사라로렌스컬리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했으며 휴스턴오페라단의 위촉으로 작곡한 '아틀라스' 를 비롯, '돌멘 뮤직' '북쪽을 향해' '거북이의 꿈' 등의 작품이 ECM레이블 (02 - 561 - 4301) 음반으로도 출시됐다.

공연문의 02 - 272 - 215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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