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감시 기능 필요 …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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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애플 컴퓨터의 질 아멜리오 전 회장은 지난 1년반 동안 적자가 16억 달러에 이르고 주가도 취임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자 최근 이사회 결정에 의해 회장직에서 쫓겨났다.

또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히다카 게이 (日高 啓) 전 사장은 소액주주 단체로부터 '총회꾼' 대책비로 쓴 1억7천만엔 (12억8천만원상당)에 대해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한뒤 물러났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의 경영자들이 그릇된 경영판단등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경영자 책임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경영자에 대한 보상과 책임'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경영자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흡하다" 며 "특히 경영자에 대한 사전 감시기능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우광 (李佑光) 수석연구원은 "한보.진로.대농 그룹 사태 등 잇단 경영부실사례가 경영자 책임문제를 부각시켰다" 며 "경영자의 책임범위가 불명확해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이 오래가고 있다" 고 말했다.

미국은 기업의 이사회가 경영자 해임의 칼 자루를 쥐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은 '제3자' 의 눈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현재 3분의 2까지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일본은 최근 경영자의 법률적 책임범위를 새로 정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선진국은 기업이 오너등 경영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주 평등의 원칙' 에 따른 주주 공동재산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내기업도 인수합병 (M&A) 시장발달, 소액주주 소송의 활성화 등을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고 ▶경영자 행위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제 도입 ▶경영정보 공개 등을 적극 검토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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