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장롱 속 자투리 달러도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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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달 중순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 5층 데님바. 한 30대 여성이 57만8000원짜리 고급 청바지를 사면서 100달러와 신용카드를 내놨다.

매장 직원은 그날의 은행 고시 환율을 적용해 약 15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 42만여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이 매장 정용운 과장은 “몇 십 달러나 몇 천 엔을 가져와 물건값의 일부를 치르는 고객이 하루 서너 명쯤 된다”고 말했다.

외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인들도 국내에서 쇼핑할 때 달러나 엔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달 들어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서 내국인이 달러나 엔으로 결제한 금액이 300만~400만원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외화 결제는 주로 몇 만원에서 10만~20만원 정도로 아주 큰 금액은 아니다. 정 과장은 “과거 원화 가치가 높았을 때 환전해 쓰고 남은 돈을 장롱 속에 보관하다가 최근 외화 가치가 높아지자 자투리 외화를 꺼내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로 수입 의류 매장에서 외화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외국인 고객에게 외화 쇼핑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잠자는 외화를 끌어내면서 고객의 소비심리도 깨울 수 있기 때문. 몇 해 전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달러·엔·유로화를 받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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