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제도에서 부실기업 처리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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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이 일단 부도가 나면 은행관리.법정관리.제3자인수.청산등 네가지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첫째, 은행관리는 부도금액이 적고 회생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 제2금융권의 어음까지 막아 주는등 경영정상화를 돕는 경우다.

둘째, 법정관리는 회생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국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될 경우 적용된다.

법원에 재산보전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모든 자산과 부채가 동결된다.

셋째, 흑자부도를 냈거나 부도기업이지만 사업성이 좋을 경우 채권단이 제3자에 인수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을 경우 부도기업의 자산은 법원경매절차에 따라 매각되고 채권자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보상받게 된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의 초점은 이렇게 부도 나기 전 자산매각이나 합병.분할등을 통한 자구 (自救) 노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각종 법규의 제약.미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부문별로 정리한다.

◇ 합병.분할 = 재계는 가장 큰 제약으로 세금문제를 든다.

국내에서는 인수기업의 피합병기업 결손금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데 반해 미국은 15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독일.프랑스도 요건을 갖추면 승계를 인정한다.

또 한국은 기업자산 처분에 따른 양도차익에 특별부가세와 법인세를 이중부과하고 있으나 미.일의 경우 법인소득에 포함시켜 법인세만 물리고 있다.

국내에는 기업분할에 대해 상법상 아예 규정이 없는 실정인데 미.일에서는 세금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이밖에 대기업이 부실해지면 다른 대기업이 인수할 수밖에 없는데, 공정거래법은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1위가 된 기업의 점유율이 2위보다 25% 이상 클 경우' 인수를 금지해 이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경영정상화 = 부실 또는 부실징후기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산을 매각할 경우 합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각차익의 52.8%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채권은행단의 출자전환도 쉽지 않다.

은행의 주식.채권등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가 자기자본의 1백%를 넘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타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돼 있어 예외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규모를 축소하려 해도 자사주 매입한도 10%에 묶여 있다.

◇ 고용조정 = 올해 도입된 정리해고제의 시행이 2년간 유보돼 합병이나 사업정리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용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노사간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할 문제다.

◇ 진입장벽 = 자유로운 퇴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진입이 비효율적 기업의 퇴출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입지.자금조달.세제.영역제한등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흩어져 있는 각종 규제를 '구조조정특별법' 의 형태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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