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오름세 안 멈추는 땅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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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는 침체돼 있는데도 토지시장은 호황이다. 지역에 따라 사정이 좀 다르지만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불황을 모른다. 새 수도 건설에다 200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함께 추진한다는 10개 혁신 신도시 건설계획, 기업도시 개발방안 등의 정부정책이 맞물리면 토지시장은 지금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왜 유독 토지시장만 독야청청일까. 이는 공공사업의 보상금 때문이다. 엄청난 보상비가 풀리면 이 돈들이 다시 주변 토지로 옮겨가 땅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주변지역은 개발의 영향으로 땅값이 뛰고 그보다 좀 먼 곳은 보상금이 투자돼 덩달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라면 땅값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투자자들은 자꾸 토지로 몰려 가격이 더 뛰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지투기지역 등으로 묶는다 해도 오르는 땅값은 어쩔 수 없다. 가수요는 다소 줄지 몰라도 보상금으로 대체 농지를 사겠다는 수요는 넘쳐나니 어쩌겠는가.

예를 보자. 최근 경기도 파주 일대 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온 2조3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이 외곽지역인 문산으로 흘러들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웬만한 농지는 평당 1백만원이 넘는다. 2조4000억원이 넘는 판교 신도시의 보상금은 이천.여주 등지로 옮겨가 몇개월 만에 이들 지역의 땅값을 2배 이상으로 올려놓았다.

조만간 경기도 김포 신도시와 충남 천안 아산 신도시 등의 매머드급 개발사업에서도 엄청난 보상금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그 돈의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물론 개발사업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돈을 돌게 하고 부동산을 유통시키는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자재인 토지가 비싸지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져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높은 땅값에 따른 부작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외자유치나 창업 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건물 임대료.물가 등이 올라 어쩌면 고(高)물가 시대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않는다. 보상금이 3000만원 이상이면 채권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있으나 요즘처럼 토지시장이 강세인 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다들 채권을 팔아 토지를 사려고 할 것이고 8년 이상 자경 농지의 경우 양도세 면제는 물론 다른 농지를 사는 농민에게 주는 취득.등록세 혜택 등으로 투자 수요가 많아져 땅값 상승은 불가피하다. 앞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 줄줄이 계획돼 있어 토지시장은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부동산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다지만 땅값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이어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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