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래알 한나라당, 2월 국회도 허송할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월 임시국회가 오늘부터 상임위 활동에 들어간다. 그러나 국회 분위기로 볼 때 상임위가 제대로 법안을 다룰지 의문이다. 금산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신문·방송 겸영 허용 같은 쟁점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지연·봉쇄 전략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 법은 상임위 상정조차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업(怠業)은 아예 상수(常數)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의정(議政) 정상화의 열쇠는 171석의 과반 다수당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 다수당이라면 명분 없는 방해를 돌파하고 일하는 국회, 법 만드는 국회를 만들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는 결연한 의지나 효율적인 방책이 보이질 않는다.

당은 연말·연초 야당의 점거·폭력 전술에 기가 꺾인 후 내내 끌려다니고 있다. 2월 국회가 보름이 넘도록 상임위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이 또 지연이나 봉쇄·점거로 나오면 어떻게 할지 대책도 없다. 당 지도부엔 권위가 없다. 당 대표는 원외라서 지도력의 한계를 겪는다는데 당은 애초 그걸 모르고 대표로 뽑았는가. 의원들의 지도자인 원내대표는 앞장서서 탈선하곤 한다. 용산사건 때 당론은 선 진상 규명이었는데 홍준표 원내대표는 선 문책을 주창했다. 새로운 로스쿨 제도를 떠받칠 변호사시험법의 경우 당 지도부는 통과를 호소했는데 의원들이 부결했다. 부결되자 지도부는 응시 제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러니 당의 응집력은 모래알 같고 대야 협상력이 흐물흐물해지는 것이다.

의원들은 법안 문제에 열의가 부족하다. 이명박계, 박근혜파 같은 계파 모임이나 유력 정치인의 친선 모임에만 열심이다. 특히 다수 초선이 더 그렇다. 그런 그들이 야당의 국회 점령이나 법안 방해에 무슨 결연한 행동을 보인 게 있는가. 변호사시험법처럼 금산 분리 완화나 사회개혁·미디어 관련법에 대해서 대다수 의원은 내용을 잘 모른다. 지도부서부터 의원까지 이런 의식 상태로 무슨 속도전이나 입법전쟁을 치르겠는가. 2월 국회를 허송한 뒤엔 “3월 국회에서 하겠다”고 또 다짐만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