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물류혁명과 국토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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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나라가 지속적으로 소득수준을 향상시키려면 국제수지 균형이 필수적이다.

한 집안이 버는 만큼 쓸 수 있듯이 나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출하는 만큼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최근 무기력해진 것도 임금.물류비.금리및 땅값이 경쟁국에 비해 비싸서 무역역조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원화의 평가절하로 이미 실질소득수준이 25% 하락했으며 앞으로도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임금과 금리는 이해관계자의 대립이 첨예화돼 구조적으로 조정이 어려우므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물류비와 땅값을 대폭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뿐이다.

특히, 한국은 물류비가 제조원가의 17%로 경쟁국에 비해 2배가 넘으므로 이를 절반으로 낮추기 전에는 경제의 재도약이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의 물류비가 이렇게 비싼 까닭은 땅값이 비싸 도로건설이 어려운데다 인구중심이 내륙에 있어서 육로를 통하지 않고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내륙수운 (內陸水運) 을 개발하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이 산악지대라서 또는 강우량의 70%가 여름철에 몰려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나 독일의 RMD 운하가 표고 4백6를 넘는 것에 비하면 한강과 낙동강은 표고 1백25인 조령지역에 20.5㎞의 터널을 뚫으면 연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되면 만성적 갈수 (渴水) 지역인 낙동강 수계에 연간 8억이상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하절기의 집중호우로 연간 1천2백70억에 달하는 강수량의 23%밖에 못쓰기 때문에 상류댐을 건설, 홍수로 유실되는 34%를 활용해야 하므로 용수공급은 운하와 관계없이 증대될 것이나 현상황에서도 갑문과 갑문 사이는 수평이므로 유량은 갑문의 조작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될 수 있다.

바지선의 속도는 시속 20~25㎞여서 경부간을 하루에 갈 수 있으며 운송비는 5분의 1까지 절감할 수 있으므로 물류비를 크게 절감시킬 것이다.

더구나 토지 수용비가 전혀 안들고 지금까지는 운송비가 비싸서 경제성이 없던 오지의 하상골재를 채취해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으므로 건설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하천은 준설.정비해야 하며 이것은 비단 내륙수운뿐 아니라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및 환경개선 차원에서도 진작부터 했어야 될 일이다.

수운공사를 설립해 추진하되 재원조달은 골재와 하천부지 판매및 하천주변 토지 개발로 가능하다.

경부운하의 경우는 공사비 8조7천억원을 골재및 부지판매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대구.경북지역을 외해와 직결시켜 세계에서 제일 큰 농산물 시장인 일본을 국내시장처럼 만듦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서울과 안산을 연결하는 경인운하는 안양천변이 수도권의 공업지역이라 물류절감 효과가 크고 시화호에 연간 16억의 한강물을 공급함으로써 담수량에 비해 유입량이 적어 발생하는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공업용수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부운하에 비해 건설비가 절반도 들지 않으며 안양천과 반월천을 준설해 연결하는 것이므로 토지 수용비가 전혀 안든다.

그리고 연안해운을 서울과 직결시켜 5천급 바지선이 중국과 일본으로 직접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도권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대폭 제고시킬 것이다.

특히 대전과 청주를 서해와 연결하는 대청운하는 규모가 9천억원 정도로 비교적 작고 수위차가 거의 없어서 공사내용도 단순할 뿐 아니라 골재및 부지판매 수입이 1조2천억원이 넘으므로 우선적으로 추진할 만하다.

이들 3개의 운하를 우선적으로 건설하면 국가재정에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침체된 국내경제를 부양하는 동시에 물류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서 정부가 할 일은 먼저 운하건설의 타당성을 신속하게 조사하고 수운공사를 설립해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 건설업자들에게 공구를 나누어 맡기고 골재및 부지판매 수입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구조사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장래를 생각해 볼 때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주명건[세종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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