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없는 독무대 2시간 플라멩코의 열정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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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파트너도 없다. 백 댄서도 없다. 무대 위에는 한 남자만 있다. 그는 두 시간 동안 춤을 춘다. 의상을 갈아 입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곤 쉬지 않고 무대를 두드린다. 그것도 '격정의 극치'로 불리는 플라멩코를 말이다. 서른다섯살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호아킨 코르테스. 그가 오는 24~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작품은 3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초연, 돌풍을 일으켰던 '라이브(LIVE)'다. 코르테스는 "다른 무용수는 없고 오로지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이 공연은 나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아슬아슬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이브'는 세계 곳곳을 돌며 지금껏 250여회나 공연된 히트작이 됐다.

관객들은 단순히 '플라멩코'에만 열광하지 않았다. 코르테스에겐 '고전을 현대화'하는 힘이 있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들 춤인 플라멩코를 그는 대중적인 코드로 바꾸었다. 그러면서도 무대와 관객을 절정으로 몰아가는 카리스마는 자신의 뼛속에서 우러냈다. 코르테스 자신이 집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코르테스는 "어릴 적부터 가족을 따라 떠돌아 다녔다"며 "삼촌과 사촌들은 플라멩코 전문 댄서였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일곱살 때부터 플라멩코를 배웠다. 체계적으로 학교를 다니진 못했다. 그런데도 열다섯살 때 스페인 국립발레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예술감독이었던 나초 두아토의 눈에 띄었다. 코르테스는 불과 석달 만에 솔리스트 자리를 차지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코르테스는 민속춤인 플라멩코에 발레와 현대무용을 녹였다. 캐스터네츠만 두드리는 단조로운 음악이 아니라 감미로운 재즈와 알싸한 분위기의 아바나까지 끌어들였다. 그리고 웃통을 벗은 채 조지오 아르마니의 의상을 입고 세련된 플라멩코를 선보였다. "플라멩코는 민속춤에 불과하다"며 거드름을 피우던 세계적인 공연장들도 그에겐 무대를 열어 주었다.

코르테스는 수퍼모델인 나오미 캠벨과 영화배우 미라 소르비노 등과의 염문으로 화제를 뿌린 적도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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