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再.補選 결과를 음미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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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있은 예산과 포항의 선거결과는 여러모로 정치적 의미가 가볍지 않은 건 사실이다.

포항에서의 박태준 (朴泰俊) 씨 당선이 대선정국의 이합집산 (離合集散)에 새로운 변수 (變數)가 될 수 있고, 예산에서의 신한국당승리가 충청권에 대한 JP와 이회창 (李會昌) 후보간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李후보의 승리로 간주될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이런 선거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 (含意) 를 과소평가하지 않지만 각정당이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불과 두곳의 선거결과를 일반화하려 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더욱이 일부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충청맹주 (盟主)' 가 어떻고, 'TK정서' 가 어떻고 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대선의 표몰이나 유리한 대선구도조성에 이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무엇 보다 이번 재 (再).보선 (補選) 을 빌미로 조기과열의 선거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은 기미가 걱정스럽다.

벌써 지역별 정당대립을 조장하거나 특정인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보이고, 정당간의 공방전이나 감정대립이 격렬해지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지금부터 이렇게 나가다가는 앞으로 얼마나 과열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각정당이 할 일은 두 지역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음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선전략과 정책대결을 차분히 준비하는 일이다.

야권은 자기들의 우세지역으로 보았던 예산에서 왜 DJP패배로 나타났는가를 따져보고 투표에서 나타난 주민의 기대가 무엇인지를 헤아려 봐야 한다.

여권도 포항에서의 朴씨 압승의 의미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정권의 정치적 박해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朴씨의 승리는 권력에 의한 정치탄압을 국민이 용인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아무쪼록 여야는 두 지역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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