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미국 TWA機 폭발 1년째 원인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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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발 파리행 TWA 800기 (기종 보잉 747)가 뉴욕 롱아일랜드 앞바다에서 2백30명의 승객.승무원과 함께 폭발.추락한지 17일로 1년이 된다.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원인규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2년째로 접어드는 미 관계당국.관련업계의 '끈질긴' 원인규명 노력이다.

그간 TWA 폭발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은 크게 세갈래로 진행됐다.

'테러' 의 가능성을 미 연방수사국 (FBI) 이 수사하고, 미 국가운송안전위원회 (NTSB)가 안전상의 문제를 조사하는 한편,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엔진 제작사인 프랫 앤드 휘트니등과 함께 기술상의 결함 찾아내기에 달라붙었다.

보잉사는 사고 바로 다음날부터 모든 기술적 결함가능성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투명한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 워싱턴주 에베레트 본사입구의 빈방에 걸어놓고 누구든 이를 꺼내보고 의견을 덧붙일 수 있도록 했다.

아무런 폭발물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한 FBI와는 달리 폭발원인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단서는 보잉의 엔지니어들이 먼저 찾았다.

지난해 말 바다에서 건져올린 중간연료탱크에서 폭발의 흔적을 발견한 엔지니어들은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에 수많은 센서를 장치한 747기를 갖다 놓고 기온.엔진 가동시간.에어컨디셔너 작동 등 사고당시와 똑같은 상황을 재연한 결과 연료탱크 안에서 기화된 연료의 온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폭발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 3월 NTSB가 "연료탱크가 폭발했지만 이는 폭탄이나 미사일에 의한 것이 아니다" 라고 발표하자 FBI는 "연료탱크 폭발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한 테러가능성은 계속 똑같은 비중으로 수사되어야 한다" 고 반박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막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한번 일어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2년째로 접어드는 TWA 사고원인 규명작업은 그같은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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