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이란, 미국 때리기 손잡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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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준비는 이란과 연계해 미국을 압박하는 국제정치적 양상을 띠고 있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동북아시아와 중동을 지정학적으로 얽어 더욱 풀기 어려운 복합 방정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면이다.

이란은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부품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옮긴 직후인 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위성운반용 로켓 사피르-2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두 나라의 핵무기 또는 핵 물질이 테러집단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이 미 본토 테러에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우려한 미 백악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의 ‘미 본토 방어(home security)’항에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계획을 제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포동 2호의 발사 준비는 핵 개발 프로그램과 함께 미국과의 중요한 협상 메뉴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정말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 곧바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대포동 1호와 2호를 시험 발사했을 때도 그랬다. 미국 내 경제 회복과 아프가니스탄 안정에 정신이 없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유인하자는 게 북한의 의도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란과 국제적인 협력 및 공조를 치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이란이 개발 중인 샤합-4와 북한의 대포동 1호, 이란의 샤합-5와 북한의 대포동 2호는 동일한 모델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모델의 시험발사 자료를 이란과 교환하는 등 밀접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안보 문제를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는 대포동 2호의 C형은 이란의 샤합 6와 같은 모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중동의 여러 나라와 미사일 및 핵을 확산시키는 커넥션을 구축하고 있다. 북한은 70년대에 옛 소련과 중국, 이집트로부터 탄도미사일과 기술을 도입해 자체 모델을 개발한 뒤 이란·이라크·파키스탄·시리아·리비아·예멘 등으로 확산시켰다. 대신 북한은 파키스탄으로부터는 핵 개발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기술을, 시리아와 리비아로부터는 자금을 제공받았다. 윤 교수는 “결국 북한이 이란 등 중동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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