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화 大약진- '트레인스포팅' '브레스드 오프'등 시선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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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영국영화는'007'시리즈를 대표로 60~70년대까지는 세계영화계에 그 존재를 과시했다.'007'로 대스타가 된 숀 코너리는 90년대 지금까지 할리우드의 거물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영국의 좀 괜찮다 싶은 감독이나 배우들은 어느 날 훌쩍 영국을 떠나 부와 명성을 보장하는 할리우드로 날아가 버린다.올해 아카데미상 9개 부문을 휩쓴'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만든 앤서니 밍겔라 감독도 그런 영국출신이다.

자연히 영국영화는 할리우드의 위세에 눌려 할리우드의 마이너 리그같은 신세로 밀려갔다.그런 영국영화가 근년 들어 사회성 강한 메시지와 예술성을 앞세워 부흥을 외치고 있고 거기 발맞춰 영국영화를 보는 세계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영국 독립프로덕션들이 만든 작품들이 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특히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마이크 리 감독의'비밀과 거짓말'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대니 보일 감독의'트레인스포팅'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함으로써 영국영화의 부활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특히'트레인스포팅'은 미국시장에서 흥행뿐만 아니라 새로운 패션을 유행시키는 등 바람을 일으켜 미국주간지'타임'은“64년 비틀스가 미국에 상륙한 것과 맞먹는 사건이다”라고 평했었다.

영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겁다.'영국영화제''피터 그리너웨이 회고전'등이 열리는 상영관에는 젊은 영화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요즘 영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영화상영회는 70~80년대 프랑스문화원의 영화상영회가 누렸던 인기를 능가한다.

영국문화원 테렌스 토니 원장은 한국 젊은이들의 영국영화 열기를“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영국영화의 전통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 때문인 것같다”고 풀이한다.

90년대 중반 들어 우리나라에 들어온 영국영화는'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등 흥행작과 피터 그리너웨이의 작품들,켄 로치의'랜드 앤 프리덤',스티븐 프리어즈의'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마이크 리의'네이키드''비밀과 거짓말'등 모두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 작품들이다.또 진흙애니메이션'월레스 앤 그로밋'도 젊은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신예감독들의 작품들도 잇따라 상륙해 니콜라스 히트너의'조지왕의 광기',올해 칸영화제에'웰컴 투 사라예보'를 출품했던 마이클 윈터보텀의'쥬드'등도 새로운 영국영화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기여했다.현재 탄광촌 밴드를 통해 탄광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보수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브래스드 오프'도 영국의 신예감독 마크 허만의 데뷔작이다.

켄 로치,마이크 리,스티븐 프리어즈와 마크 허만이 좌파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감독군이라면 그리너웨이,데릭 저먼과 대니 보일의 작품세계는 아방가르드에 가깝다.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대니 보일 감독은 히피문화와 펑크문화가 영국에서 싹텄듯 90년대의 새로운 젊은이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영화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영국문화원에서는 9월 두가지 다른 방향의'영국영화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오는 9월5~11일 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영국영화제'에는'비밀과 거짓말''랜드 앤 프리덤''영국식 정원살인사건''쥬드''제인 에어'등 국내에서 개봉됐던 영국영화들을 상영하고,9월10~12일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리는'영국영화제'에서는'시스터 마이 시스터''트로잔 에디''설득'등 미개봉작과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최근 개성있는 영국영화들이 속속 들어와 국내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사진은 스페인 내전을 무대로 한 켄 로치 감독의'랜드 앤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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