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前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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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씨가 10일 오후8시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인 간경화로 별세했다.59세. 주먹 하나로 세계정상에 우뚝 선 '헝그리 복서'의 대명사 김기수는 한국 프로복싱계의 큰별이었다.

31년전인 66년 6월25일 김기수는 이탈리아의 벤베누티를 15회 판정으로 꺾고 한국 최초로 WBA(세계복싱협회)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2차방어전에서 이탈리아 산드로 마징기에게 타이틀을 내준 뒤 이듬해 글러브를 벗은 그는 이후 명동에 챔피언다방을 여는등 사업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환갑을 1년 앞두고 끝내 자신의 삶을 마감해야 했다.맏딸 미경(37)씨는“10일 오전 아침식사를 마친 뒤 목욕탕에 다녀왔으나 머리가 어지럽다고 말해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병세를 안 것은 지난해 9월말.복통이 심해 삼성의료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난 후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간암 말기라는 진단이었다.이때부터 그는 다시 현역시절의 투지를 되살리며 병마와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 2월에는 병세가 호전되는 기미가 보여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술과 담배를 거의 안하는등 절제된 생활을 해왔으며 골프등으로 건강관리를 해왔다.골프는 클럽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수준급.함남북청이 고향인 김씨는 1.4후퇴때 가족과 함께 월남,전남 여수에 정착했고 이후 성북고로 스카우트된 뒤 복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김씨는 58년 일본 도쿄아시안게임에서 웰터급 금메달을 따낸 뒤 61년 프로로 전향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하자(57)씨와 2남2녀.발인은 14일 오전 삼성의료원.장지는 천안 공원묘지. 김상국 기자

<사진설명>

프로복서 전성기 때의 김기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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