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2만 5000명 시대] 한·미 협상 남은 과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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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알린 미군 감축계획은 '시기'에서 우리 정부와 입장이 판이하다. 빠지는 병력이 1만2500여명이라는 것은 그간 우리 정부 예상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언제까지 떠나는지다. 미국 측은 2005년 말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2006년 말 이후로 기대했다. 경기도 북부의 2사단이 오산.평택의 새 미군기지로 떠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속전속결 감축 전력 공백 우려=시기는 전력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군이 예상보다 빨리 빠지면 한국군의 자주국방 계획을 당겨야 한다. 예컨대 미군 지상군의 핵심인 2사단 1여단이 본토로 이동하면 당장 동두천~의정부~서울 축선 보강이 필요하다.

특히 '2005년 말'은 그간 진행됐던 한.미연합 방위 태세의 기조와도 다르다. 110억 달러의 전력 증강은 2006년까지로 약속돼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병력부터 빠진다. 따라서 정부의 협상 과제는 감축 시기 연기와 감축 파장을 최소화하는 단계별 감축이다. 동시에 2사단의 1여단.포병여단 등 핵심 부대는 가능한 한 감축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군 주둔 비용 제기될 듯=감축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장 용산기지 이전 비용으로 인한 파장이 올 수 있다. 주한미군이 얼마나 남는지는 주한미군의 집결지인 오산.평택기지 규모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이슈가 될 수 있다.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우리가 대는 것이다. 올해 6억2200만달러로 국방비의 3.9% 규모다. 매년 증액돼 왔다. 미군 감축 협상 결과에 따라 방위비 증액 추세에 대한 여론과 정부 일각의 재론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미군 이동 사전협의=미군 감축의 본질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다. 주한미군은 장기적으론 '대북 억지군'에서 '지역 기동군'으로 변하게 된다. 미군이 해외로 출동할 것에 대비, 정부는 미국 측과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주한미군의 이동이 한국의 안보 태세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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