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기 시장 삼국지 … 노래방을 뚫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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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남에 가면 ‘이수만 노래방’이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에브리싱’이다. 이곳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그룹 이수만(사진) 회장이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노래방 사업 1호점이다. 그런데 이 노래방, 반주기가 기존 노래방 기기와는 다르다. 실제 연주된 음악을 기기에 담았다. 가수가 립싱크로 노래 부를 때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곳에선 가수 오디션도 본다.

◆이수만의 노래방 꿈=‘이수만 노래방’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는 SM브라보. SM엔터테인먼트그룹 계열사다. 이 회사 추병천 대표는 “우리 노래방은 ‘웨이브’로 노래방 반주기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지금 널리 쓰이는 ‘미디반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란 컴퓨터로 만들어진 음을 말한다. 그는 “소리의 느낌과 음질 면에서 미디와 웨이브의 차이는 크다”고 덧붙였다.

이수만 회장은 3년 전부터 “노래 부를 때 미디반주기에 맞춰 부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음을 배경으로 불러야 한다. 그래서 우리 같은 음악전문 기업이 반주기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고는 추 대표가 8년 전 세웠던 반주기 회사를 사들인 뒤 그에게 경영을 맡겼다. 추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노래방을 공략, 1000여 대를 ‘이수만 노래방’ 기기로 바꿔놨다. 물론 아직 일천한 수치다. 전국 3만3000여 개의 노래방에는 약 28만 대의 반주기가 있다. 1만3000여 개 유흥업소의 14만여 대와 각종 리조트에 있는 기기까지 합치면 50만 대가 넘는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기기는 대부분 금영(시장점유율 약 65%)과 TJ(태진)미디어(약 35%) 제품이다.

‘이수만 노래방’은 앞으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원음반주기를 갖고 세계시장까지 나아갈 태세다. 이달 2일 SM엔터테인먼트의 시무식에서 그는 “반주기 사업의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로 나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금영·TJ의 대응=‘이수만 노래방’과 원음반주기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라는 브랜드와 품질 좋은 원음을 무기로 노래방 반주기 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 회장과 추 대표는 인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유명 가수와 탤런트들을 반주기 사업에 참여시켰다.

SM의 반주기 사업 확장에 금영과 TJ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①SM의 유통망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②원음반주기 가격이 비싸며(제품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미디반주기는 80만원대에서 110만원대, 원음반주기는 160만원대) ③고객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든다. 대중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TJ 기획실 이동섭 부장은 “큰 업소 이외엔 원음반주기를 찾는 업소가 드물다. 반주기 제품에 따라 노래 번호가 달라 손님들도 곡 번호가 바뀌면 불편해한다”고 응수했다. 금영 홍보IR팀 이재원 대리도 “SM엔터테인먼트의 주 공략 대상은 젊은 층이라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금영과 TJ 역시 원음반주기 확대에 애쓰고 있다. 아무래도 라이브 음악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급 업소 위주로 기존 미디반주기 가운데 10% 넘게 원음반주기로 대체했다. 원음으로 만드는 곡은 주로 최신곡이거나 옛날 가요 중 애창곡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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