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신용장 등 은행 수수료, 10년째 계속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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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 수수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

송금 수수료나 외국환.신용장 취급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은행 물가'가 지난 10년간 줄곧 오르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 거래가 잦은 고객들이 과중한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내릴 줄 모르는 은행 물가=한국은행의 '5월 생산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은행 수수료 물가를 나타내는 은행서비스 가격지수가 지난달 127.5로 전년 동기 대비 5.7% 올랐다. 이는 생산자 물가지수 기준연도인 2000년보다 27.5포인트 올랐다는 뜻이다. 서비스 가격지수 가운데 은행 서비스보다 높은 것은 건설 및 공학 서비스(143.3)뿐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행 생산자 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후 10년 가까이 은행 서비스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한번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 가격지수는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71에 그쳤고 신용카드.할부금융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서비스 가격지수도 96으로 100을 밑돌았다.

◇자고 나면 뛰는 은행 수수료=영세 제조업체 Y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거래 은행을 바꿀까 고민 중이다.

30명의 직원에게 인터넷 뱅킹으로 월급을 주는데 건당 수백원의 수수료를 떼는 게 못마땅하다. 김 사장은 "수표나 은행거래 현황 증명서를 발행하거나 거래처에 납품 대금을 송금하는 일이 한달에 수백번인데 수수료 부담이 만만찮아 좀더 싼 은행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S, C은행은 지난 1일부터 회계법인용 은행조회서 발급 수수료를 5000원에서 5만원으로 10배 올렸다. 이에 앞서 C은행은 지난달 수출신용장의 환가료(신용장 수출 거래를 할 때 물품대금 입금 때까지 생기는 자금 부담에 대한 수수료)를 1만~2만원으로 올렸다.

한국외국어대 한경동 교수는 "공공성 못지않게 수익성을 부쩍 강조하는 은행들이 각종 서비스 요금을 알아서 올릴 수 있겠지만 은행권이 몇몇 대형사로 재편된 가운데 독과점 폐해는 없는지 들여다볼 때"라고 말했다.

김창규.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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