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못 미더운 '신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장세정 경제부 기자

건설교통부는 3일 수도권 공공기관이 옮겨가는 지방의 10개 광역시.도마다 과천시만한 신도시 1~2개씩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재원은 마련됐는지,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건교부가 지난 1일 발표 때는 광역시.도에 '집단 이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미래형 혁신 신도시'로 개념이 바뀐 경위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건교부는 '너무 졸속으로 마련했다'는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이래 건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여러 대책을 마련해 왔으며 신도시 대책은 절대 급조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에게 큰 틀을 보고했고, 이번 신도시 계획은 공공기관 이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2010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대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을 살리자는 정부의 취지를 백번 이해하더라도 건교부의 일처리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큰 사업을 벌이면서 그동안 신도시 건설이 타당한지를 논의하는 공청회 한번 없었다. 또 10여개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건교부와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덕 건교부 차관은 "신도시 한곳당 4000억원이면 충분하고,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않아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000억원으로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돈도 돈이지만 신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재난과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이전 대상인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약 200개 기관 3만5000여명이 지방으로 옮겨가는 대사업인 만큼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좀더 현실성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