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 변화만이 살길 - 지역총생산액 16개 시.도중 연속 꼴찌 못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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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대구 경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본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내뱉어온 탄식이다.

광역지자체의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액(GRDP)은 94년 5백24만4천원이다. 이는 전국평균 7백16만1천원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물론 92,93년에 이어 16개 시.도중 연속 꼴찌다.

60~70년대 개발 연대부터 지금껏 대구를 먹여살린 것은 단연 섬유산업.업체수(38.6%).종업원수(45.3%).지역총생산(36.8%).수출(77.6%)등 어느 지표로 봐도 섬유산업은 여전히 전체 제조업의 40%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이 주종산업이 흔들리면서 지역경제 기상도는'흐림'이 계속됐다.

“전세계 폴리에스테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세계최대 화섬(化纖)생산지라는 영예는 중국.인도네시아등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속빈 강정이 된지 오래다.지역업체들이 앞다퉈 고속직기를 들여와 재고가 쌓이고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염색은 과거와 달리 규제가 엄격해졌다.업체로선 당장의 운영자금 때문에라도 제살깎기식의 덤핑까지 불사한다.악순환이다.”대구시에서 산업구조조정 실무를 맡고 있는 배광식(裵珖植)경제정책과장의 분석이다.

94년 1야드당 1달러80센트에 팔리던 주종직물'피치스킨'은 지난해 75센트로 뚝 떨어졌다.잘 나가던 70~80년대에 고부가 섬유산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다.섬유 일변도의 큰 물줄기를 틀지 않고서는 지역경제가 쇠락을 면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대구 경제의 백년대계는 이미 밑그림이 그려졌다.“향후 30년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기계와 전기.전자로 산업구조를 바꿔가고 1백년을 바라보면 무게중심을 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등 미래첨단산업으로 옮겨간다.”대구시의 구상이다.

자동차산업은 점차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상용차와 쌍용자동차가 2030년까지 2백50만 대구시민을 먹여살릴 주역.94년 대구 성서공단에 터를 잡은 삼성상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에서 분리돼 대구에 본사를 둔 별도법인으로 설립됐다.올해엔 덤프트럭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의 생산라인을 대구로 옮길 계획도 갖고 있다.이곳에선 주로 RV(레크레이션 차량)가 생산될 예정이다.달성군 구지공단에 들어설 83만평 쌍용자동차도 산업구조 중심을 중공업쪽으로 돌려놓을 견인차 역이다.

“자동차는 완성차 외에도 엄청난 전후방 산업연관효과에서 기대주다.이미 성가를 올리는 자동차부품은 말할 것도 없고 갈수록 비중이 높아질 자동차의 전자화도 새로운 산업육성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의 관계자의 진단이다.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물류도시의 기능도 갖춘다.5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이점을 살려 대규모 유통단지 건설이 한창이다.종합유통단지안에는 산업지원을 맡을 종합무역센터도 설립된다.정보를 수집해 해외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목적이다.국제 이벤트와 해외 바이어 유치도 맡게 된다.

금융도시의 기능도 강화된다.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업체들의 상장과 사채발행을 도울 제2증권거래소 유치도 오래전부터 추진돼왔다.동양투자신탁은 머지않아 자본금 6백억원 규모로 대구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를 열게 된다.

10년 경기침체를 뚫은 미국처럼 벤처산업을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이달중 구체안이 마련된다.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를 접목,전자아트란 새로운 산업을 개척했듯 대구의 인적(人的)여건이 새로운 산업을 잉태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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