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정액제 … 기름값 찔끔 인하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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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휘발유 값의 70%가 세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 1월 3일 사이 정유사가 대리점·주유소에 판매한 휘발유 평균 값은 L당 1227.87원이었다. 세전 가격은 370.95원이고 세금은 그 두 배가 넘는 856.92원이었다. 세금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 지난해 7월 둘째 주에 L당 987.13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월 마지막 주 370.95원으로 62.4% 떨어졌다. 이 기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가가 62% 하락한 것(원화환산 기준)과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세후 가격은 그 절반 수준인 32.6% 내리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유소 평균 판매가도 세후 가격과 비슷하게 32.9% 하락했을 뿐이다. 세전가는 뚝뚝 떨어졌는데 소비자가는 절반만 내려간 것이다.

이유는 ‘정액제’인 세금 때문이다. 휘발유 1L에는 개별소비세·교육세·주행세 745.3원이 붙는다. 세전 가격이 오르든 말든 이 세금은 그대로다. 그러다보니 휘발유 세전 가격이 내려가도 소비자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금이 L당 800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휘발유 세전 가격이 800원에서 400원으로 50% 줄어도 세후 가격은 1600원에서 1200원으로 25%밖에 내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떨어진 만큼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정액 세금은 국제 유가가 올라 세전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때 소비자가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 가격은 2007년 7월 562.71원에서 지난해 7월 937.51원으로 66.6% 인상됐다. 그러나 세후 가격은 이보다 적은 23% 올랐다.

휘발유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8년 1분기 영국·독일·스웨덴·핀란드 등은 세금 비중이 60~63% 정도이고, 일본은 40%, 미국은 16%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년 유류세 총 수입은 25조5000억원. 유류세를 20%만 낮춰도 당장 세수가 5조원 이상 줄어든다. 쉽사리 유류세를 내리기 힘든 이유다.

또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세금을 내리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기름값이 많이 떨어지자 지난해 12월 휘발유 소비는 1년 전보다 22.7%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 유가가 치솟자 3월부터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L당 83원 인하했다가 올해 1월 1일자로 되돌렸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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