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인 환자도 통역 걱정 없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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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원장의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는 일본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수년간 의료관광을 위해 힘써온 노력의 결과다.

피부과 의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한국 의료 기술의 높은 수준을 외국에 알리고 해외 환자를 유치해 의료 관광 분야를 개척한 공로다. 의료 관광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의료 시술과 관광을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숙박과 식사, 관광에 그치지 않고 의료라는 는 특별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라 외화가득률이 높다.

주인공은 서울 강남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상준(43)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8일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감사패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팀장은 “이 원장은 의료 관광의 기반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한국의 의료 수준을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가 크다”라고 감사패를 준 이유를 밝혔다. 이 원장은 해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한 공로로 2007년 12월엔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았다.

이 원장은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상”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살펴봤다. 그는 일본인과 중국인 의료 관광객을 위한 전담 직원을 따로 두고 있었다. 일본인을 전담하는 이다열(28) 씨의 뒤를 따라다녀 봤더니 환자 곁에 계속 붙어서 “이제 주사를 놓을 텐데 조금 따끔할 겁니다”라고 안내·통역을 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만족도를 청취하고 배웅까지 했다. 이와 같이 세밀한 서비스는 이 원장의 아이디어다.

그가 의료 관광을 생각한 것은 2000년 서울 명동에 첫 개원을 했을 때다. “병원 근처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 식당의 서비스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왕이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우리 국가의 브랜드를 높이는 게 좋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제 병원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죠.”

그는 일본 관광객이 갈비·쇼핑·미용을 주로 한다는 것에 착안해 병원에서 피부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니었어요. 사실 일본어 직원을 뽑으면 비용이 더 들어가니까요. 주변에선 쓸데 없는 일을 한다고 핀잔도 많이 받았어요.”

일본 도쿄 등의 한국관광공사 사무실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설명회도 열었다. 중국의 베이징·광저우·홍콩,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등 가까운 곳은 물론,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환자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그의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는 매년 늘었다. 2007년엔 1000명, 2008년엔 1300명 가량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했다. 이 중 약 80%가 일본인이다. 2004년엔 중국 베이징의 백화점에 분원을 개원해 자리를 잡았고, 올해는 3호점을 낼 계획이다.

“사실 외국인 환자를 귀찮게 생각하는 의사들도 많아요. 한국인 환자들에게 집중하면 편하고 수익도 더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길게 보면 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관광은 이제 주요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외국인들이 와서 의료 시술만 받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쇼핑도 하고, 잠도 좋은 곳에서 자고, 음식도 즐기고 갑니다. 의료 관광이 활성화하면 파급효과가 커서 한국 경제 전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 협의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싱가포르·태국에 의료관광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사람들이 긴 비행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싱가포르로 가고 있어요. 우리의 의료기술도 만만치 않게 훌륭하고, 게다가 비용은 더 저렴합니다. 문제는 그런 사실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지난 몇 년간은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관광공사 등과 손잡고 ‘코리아 헬스&뷰티 투어’라는 의료 관광상품을 만들어 29명의 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는 “환자의 소개와 알선을 금지한 현 의료법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외국어를 포함한 환자에 대한 배려다. 2일 오후 기미제거 수술을 받으러 온 일본인 우에다 미치코(上田美智子·36·후쿠오카·회사원)씨는 “가이드북에 일본어가 가능한 병원이라 소개되어 있어서 찾아왔다”라며 “세심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일본어로 소개받으니 마음이 편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인 환자 방명록에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서울에 다시 와서 진료받고 싶다”라는 내용이 보였다.

“사실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내면서 약자가 되는 곳이 병원이 거의 유일하잖아요. 건강과 직결되는 곳이니까요. 그런 만큼 환자를 위해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해야 하는 곳이 병원입니다. 특히 낯선 외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오죽하겠어요.”

그는 “새해에는 의료 관광과 함께 세계 곳곳에 한국 의료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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