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휴학 러시 "취직 안되는데 졸업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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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려대 문과대 4학년 崔모(24)군은 졸업을 앞두고 지난해 9월부터 휴학중이다.崔군은 매일 아침 종로의 한 학원에서 토익과 회화강의를 한시간씩 수강하며 영어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학원 수업이 끝나면 학교 도서관으로 직행,밤늦게 귀가할 때까지 취직관련 서적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이 일과다.

崔군이 휴학한 것은 집안형편이 어렵거나 군에 입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취업시즌을 맞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가에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생들의 휴학이 급증하고 있다.'취업 재수생'보다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이미지도 좋고 취업정보를 얻거나 스터디그룹을 짜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휴학생들은 학원.학교를 오가며 수험준비에 몰두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도 한다.안양대 4학년 이주삼(李柱三.25.정보통신과4)군은 올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정보통신설비기사.무선통신설비기사 1급 자격증을 따지 못하면 1년간 휴학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李군은“같은과 동기생 40명중 졸업을 1년 늦추더라도 취직준비를 확실히 하겠다는 친구가 3~4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서강대 영문과 4학년 李모(22)양은 다음달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해 이번 학기에 휴학계를 내놓고 그동안 배운 영어실력을 정리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5일 현재 4학년 1천6백72명중 6백18명이 휴학계를 내 휴학률이 37.0%에 이른다.

또 고려대 1천5백67명(휴학률 33.4%),성균관대 1천1백26명(28.1%),동국대 6백25명(21.9%),건국대 5백89명(19.0%),성신여대 2백83명(18.1%),명지대 4백32명(17.0%),국민대 3백31명(16.3%),단국대 2백95명(12.8%),홍익대 3백96명(12.7%)이 휴학중이다.

경북대의 경우도 군입대를 제외한 4학년의 일반 휴학생 수가 지난해 3백41명에서 5백4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고려대와 성균관대는 지난해 1학기에 비해 휴학생이 3백명 이상 늘어나면서 4학년 휴학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대학측은 휴학생이 급증하는 바람에 학교 재정에 심한 압박을 받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동국대 학적과 이우룡(李愚龍.46)계장은“실업률이 증가하고 취업난이 날로 가중돼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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