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그래도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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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한 여러 가지 공식이 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1+1=2’라는 공식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합쳐져 더 큰 숫자(사랑)를 이룬다는 뜻, ‘1+1=1’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하나끼리 만나 부부라는 이름의 하나가 된다는 의미, ‘1+1=0’은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그 수치를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 모든 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갖다 붙이기’ 식이라고 콧방귀 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데 오늘은 이 말장난 같은 사랑의 숫자 놀이를 기어코 더 해야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랑에는 일단 더하기가 우선인 것 같은데, 며칠 전 만난 어떤 커플은 마이너스를 즐기면서도 사랑에 겨워 보였다.

‘기브(Give) 앤 테이크(Take)’, 즉 주고받는 게 확실한 이 부부의 연말 사연은 이렇다. 남편이 아내에게 크리스마스에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다(액수는 상상에 맡긴다). “직접 함께 가 선물을 골라 주거나 아내에게 어울릴 만한 것을 사 주지 그랬어.” 남편 왈. “이렇게 상품권으로 주면 아내가 우선 자기 것부터 사겠지만 결국 아이 것과 내 것도 사게 되거든.” 실제로 이 지능적인 고단수 남편의 예측대로 착한 아내는 상품권으로 아이와 남편 것도 샀다.

그러고도 남편에게 또 선물을 했다. “연말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계좌를 확인해 보라는 거야.” 연말 보너스를 받은 아내가 한 뭉텅이 뚝 떼 남편의 계좌에 용돈을 넣어 둔 거다. 이런! 결론적으로 그 아내는 자신의 보너스로 자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 셈이 됐다. 아니 엄밀히 계산해 보면 손해 봤다. 그러니 이 아내로서는 연말에 남편과 주고받은 사랑을 수식으로 따지면 1-1=0이 확실하다. 남편도 조금의 이득은 있었지만 그 역시 그다지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행복한 연말을 보낸 것만은 분명하다.

사랑을 이야기하자면서 결국 ‘돈’을 이야기하는 내가 속물스럽더라도 그 이면, 두 사람의 마음 씀씀이까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라는 노랫말도 있듯 우리는 대부분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문제다. 상대가 주기만을 바라니까.

또 나는 분명 사랑을 주었다고 당당해한다. 마음은 전달된다고 믿고. 하지만 눈에 보이게 전달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본가에 한 번 갔다 왔으면 처가에도 한 번 가고, 지난주 아내가 청소를 했다면 이번 주는 내가 하고, 어제 아내가 아이의 공부를 봐 줬다면 오늘은 내가 봐 주고, 지난달 내가 낚시를 갔다 왔다면 이번 달 휴일에는 아내가 친구들과 콧바람 쏘이고. 이렇게 기브 앤 테이크만 정확히 해도 부부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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