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br> “호동형,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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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연예인들이 어록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장미희의 “아름다운 밤이에요”와 황정민의 “차려 놓은 밥상에 그저 숟가락 하나만 올려놨을 뿐”에 이어 인구에 회자할 명언을 내놓기 위한 스타들의 고민은 깊다.

우선 톱스타 최진실을 잃은 소회가 줄을 이었다. 고인의 유작 『내 인생 마지막 스캔들』로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정준호는 “첫 회 방송 때 시청률이 잘 안 나왔다. 최진실이 술 한잔 마시며 꼭 웃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 상을 하늘에 계신 고 최진실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역시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배종옥도 “최진실씨가 없는 이 자리가 참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고인을 기렸다. 한편 조재현(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은 “고 박광정을 오랫동안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각본 없는 수상 소감은 수상자들의 본모습을 엿보게 해 준다. 최연소 기록으로 S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은 문근영. “감사하는 마음보다 되게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 더 크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데 이 상이 큰 짐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 너무 행복한 시간인데 오늘 밤까지만 기억하고 내일부터는 더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국민 여동생’ ‘기부천사’ 등의 모범생 이미지를 이어갔다. 또 개그우먼 박지선은 “피부 트러블 때문에 화장을 못 한다”면서 “20대 여성이 화장을 못 해 더 예뻐 보일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20대 개그맨이 분장을 못 해 더 웃길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진정한 개그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MC계의 양대 산맥 유재석과 강호동이 주거니 받거니 나눈 수상 소감도 화제다. 강호동이 KBS 연예대상 대상을 받으며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라고 운을 떼자 이틀 뒤 SBS 연예대상 대상을 받은 유재석도 강호동을 향해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나”라고 장단을 맞췄다.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자리로 활용하기도 한다.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우수상을 받은 황현희는 “얼마 전 모 단체에서 2008 나쁜 프로그램으로 ‘개그콘서트’를 선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그맨들의 아이디어 회의를 한 번이라도 보면 이런 선택은 안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울 때 진정 국민에게 웃음을 드리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현희의 발언을 놓고 해당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틀 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파장이 컸다.

이수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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