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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물고기, 빙어(氷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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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요정'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손가락 만한 작은 겨울 물고기. 겨울은 바로 빙어(氷魚)의 계절이다. 피라미와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날씬하고 속이 투명하게 훤히 들여다 보인다. 냉수성 어류로 물이 차가운 동지부터 입춘 사이에 활동이 왕성해진다.

어릴적엔 겨울이면 아버지를 따라 강화도 인근의 꽁꽁 언 저수지로 빙어낚시를 자주 갔었다. 다 커서는 그때 생각을 하며 친구들과 강원도의 인제나 홍천에서 하는 빙어축제를 간다. 낚시에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빙어잡이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니 누구나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두께가 20cm는 되는 얼음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구더기를 끼운 낚싯줄을 바닥에 닿을 때 까지 내린다. 줄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빙어가 물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잠자코 있는 것이 지루하면 얼음구멍 주변을 맴돌며 썰매도 타고 스케이트도 탄다. 입질이 오면 낚아채듯 단번에 들어 올리는데 그 손맛이 꽤 쏠쏠하다. 손맛에 비하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크기지만 마음만은 강태공이 안 부럽다.

낚싯바늘에 걸린 손가락만한 은백색의 빙어를 조심스레 빼내서 놓치지 않도록 머리와 몸통의 윗부분을 야무지게 감싸 잡는다. 얼음구멍 옆에 늘 준비해두는 초고추장에 머리를 푹 박았다가 빼서 한 입에 쏙. 매우 담백하고 특유의 시원한 맛도 난다. 싱싱한 오이나 피망을 먹을 때와 비슷한 맛 이랄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먹어본 사람은 내 말뜻을 이해할 것이다.

상추, 깻잎과 함께 초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먹는 것도 새콤달콤 맛있다. 연탄불에 구워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것 역시 기가막힌데 간장에 찍을 때 칙~하는 소리가 군침을 돌게한다. 빙어를 푹 삶아 백숙을 하거나 말려서 간장양념에 조린 빙어조림을 만들 수도 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빙 돌려담아 튀겨낸 후 고추장양념에 조리는 도리뱅뱅이는 원래 피라미로 만드는 충청북도 옥천의 별미인데 겨울에는 빙어로 만들어 먹는다.

빙어로 만든 것 중에 제일은 역시 빙어튀김이다. 빙어가 워낙 담백한 맛 이라서 기름에 튀겨내면 유독 맛이 어울리는데다 민물생선인 빙어를 완전히 익혔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예로부터 경상남도에서는 겨울마다 안동호와 합천호에 작은 고깃배를 띄우고 그물로 빙어를 잡아 올렸다. 갓 잡은 빙어는 비늘을 긁고 아가미와 내장을 손질한 뒤 물로 깨끗이 씻어 말린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빙어가 준비되었으면 떠 보았을 때 줄줄 흐를 정도의 튀김옷 반죽과 마른튀김가루를 준비한다. 빙어에 튀김옷을 입히고 그 위에 마른가루를 덧바른 다음 160℃의 식용유에서 노릇노릇 해질 때까지 튀겨낸다. 먹기 직전에 한번 더 180℃에서 재빨리 튀겨내면 튀김옷은 더욱 파삭파삭해 진다. 튀김옷 속 살짝 말린 빙어의 맛은 멸치처럼 고소해서 겨자장을 곁들이면 느끼한 맛도 모른 채 빙어튀김 한 접시를 뚝딱 비워버린다.

크기가 작다고 얕잡아보지 말 것. 이래 뵈도 영양가 높은 생선이다. 단백질과 지질의 양이 풍부한데 필수아미노산, 필수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양질의 단백질과 지질을 섭취하기에 좋다. 특히 '칼슘의 보고'라 불리는 멸치보다도 100g당 칼슘(Ca) 함유량이 200mg이나 많은 720mg으로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좋으며 뼈째 먹을 수 있으므로 무기질의 좋은 공급원이기도 하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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