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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을 두텁게] 일본 “실직자 돕자” 20여 단체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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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도쿄 히비야 공원에 지난해 12월 31일 문을 연 ‘해넘이 파견마을’에 모인 실직자들이 입촌과 상담 수속을 하고 있다. 전국노조총연합·노동변호단 등 20여 개 단체는 설 연휴를 맞아 5일까지 이곳에서 실직자들의 취업과 생계를 지원하는 활동을 벌인다. 행사 재원은 시민단체와 시민의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0시 도쿄 히비야(日比谷)공원. 세밑 한산한 도심에 400~500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일본 전국노조총연합(전노련)· 노동변호단·자유법조단·반인권네트워크 산하 NPO 20여 개 단체가 설 연휴인 31일부터 5일까지 여는 ‘해넘이 파견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다. 시민단체와 노조 등이 개별적으로 각 지역에서 노숙자 쉼터 등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시민·노동단체·변호사단체가 공동으로 대규모 실직자 취업·생계 지원 행사를 열기는 처음이다.

작은 여행가방을 들고 파견마을을 찾은 37세의 한 남성은 “한 달 전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기숙사에서 나온 뒤 인터넷 카페 등에 머물며 구직활동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인 데다 젊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수당이나 생활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최소한의 생계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잠시 실직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돼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취업소개와 생계유지를 위한 법률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밝혔다.

전노련의 이노우에 히사시(井上久)사무국 차장은 “계약만료 전에 해고 통보를 받고 사택과 기숙사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빈곤 계층으로 전락한다”며 “취업 안내소인 할로워크 등 정부 운영 창구들이 문을 닫는 연말연시에 실업자에게 잠자리와 식사·법률상담·취업알선 등을 제공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 입촌 접수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100여 명이 줄을 섰다. 생활보호 신청서류 작성 방법과 해고에 대한 법적 대응 방법을 묻는 상담자도 있었다. 첫날 점심에는 밥·돼지고기·된장국이, 저녁에는 세밑 저녁에 먹는 국수인 도시코시(年越し)소바와 떡이 제공됐다.

행사 재원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일 농민운동전국연맹 측이 쌀·야채·과일 등을 제공했고, 과로사한 회사원 유가족들이 10만 엔(약 15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곳곳에서 텐트·이불이 전달됐고, 빈 아파트를 행사 기간 제공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후원금 봉투와 1회용 손난로·배추 한 통과 우엉 한 단 등을 갖고 온 사람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도 300여 명이나 참여했다.

도쿄에서 자원봉사 온 마에다(前田) 가오루는 “작은 힘이라도 연말연시 때 이웃에 봉사하자는 생각에서 나섰다”며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에 한계가 많지만, 여러 사람이 합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억 중산층’을 자랑으로 여겼던 경제대국 일본에서 빈곤층이 확산된 배경에는 거품경제 이후 정부의 구조개혁과 고용·사회 보장 환경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자 파견법의 규제완화 등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1732만 명에 달했다. 전체 고용자의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특히 15~24세 젊은 노동인구 두 명 중 한 명꼴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 정부는 기업들의 감원으로 3월까지 8만5000여 명의 비정규직 실직자가 더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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