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밥그릇 지키기 파업, 뉴스 시청률은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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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온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를 기득권 지키기에 사용(私用)하는 MBC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뉴스와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동원해 연일 미디어 관련 법안을 공격하고 불법 파업을 정당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MBC 직원 1인당 평균 실질임금이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 1억1400만원이라니, 이대로 마냥 지키고 싶은 밥그릇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자사 이기주의를 강변하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명색이 공영방송이라면서 중립성과 객관성은 아예 내팽개친 채 “우리만 공정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떠드니 어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MBC가 그동안 방송의 정도를 걸어왔는가.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113건)를 받은 방송사가 바로 MBC다. 겉으로만 공영을 내걸고 속으로는 정파성과 상업성·무책임성으로 일관한 탓이다. 온 나라를 비이성적인 광우병 파동으로 몰고 간 ‘PD수첩’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PD수첩에 대해 내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마지 못해 이행하면서도 사과방송을 본사에서 못 하고 자회사가 송출한 영상을 중계했던 방송사가 MBC다. 주조정실 앞에 진을 친 노조원들의 방해 때문이다. 그러니 ‘노영(勞營)방송’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서도 엄기영 MBC 사장은 담화문에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데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해 노조를 두둔하는 인상을 주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친 뉴스를 연일 내보내고, 광고 수입을 의식한 선정적 드라마를 양산하는 MBC에 과연 지켜야 할 공영방송의 위상이 남아있기라도 한지 의문이다. “차라리 상업방송 SBS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낯 뜨거워할 줄 알아야 한다.

MBC 메인 뉴스 시청률이 최근 들어 KBS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SBS에도 뒤처진 것은 시청자들의 눈이 그만큼 밝다는 증거다. MBC 직원들은 밥그릇 껴안기 파업을 그만두고 정파성·상업성·무책임성에서 자유로운 프로그램 제작 방안부터 고민할 것을 정중히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