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의대 치솟은 입시경쟁률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재수생 이승균(19·서울 세화고 졸)군은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연세대·인제대 의예과에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수학과를 목표로 했었다. 이군은 “경제난에 졸업 후 취업도 걱정돼 안정적인 의대가 나을 것 같아 전공을 바꿨다”고 말했다.

단국대 치의예와 연세대(원주)·인제대 의예과에 지원한 이한얼(18·안산 강서고 졸)군은 한양대 공대를 다니던 공학도다. 공학이 적성에 안 맞고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다시 수험 준비를 했다. 이군은 “전문직종에서 일하고 싶어 도전했다”고 밝혔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의예·치의예·한의예과 경쟁률이 껑충 뛰었다. 24일까지 원서를 마감한 대학들에 따르면 이들 학과의 경쟁률은 지난해의 2~3배로 높아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공대 인기도 떨어져 취업난을 우려한 상위권 학생들의 의·치·한의학과 지원이 급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의예과 경쟁률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 된 곳은 계명대·고신대·관동대·단국대 등이다. 전체 20여 개 의대의 전체 정시모집 정원은 900여 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지원자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인제대(다군)는 25명 모집에 583명이 지원해 23.32 대 1을 기록했다. 아주대(다군)·건양대·동아대·성균관대·순천향대·영남대 등도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은 5.15 대 1, 4.19 대 1, 3.87 대 1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는 수능 등급제로 논술과 면접을 보던 다른 의대들이 올해는 대학별 고사를 많이 없앴다”며 “서울대는 논술·면접, 고려대는 면접을 보고, 연세대는 수능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상위권 학생도 지원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치의예과와 한의예과 인기도 높았다. 강릉대 치의예(다군)는 정원이 지난해와 같은데도 지원자(368명)가 지난해(185명)의 두 배 이상 몰렸다. 한의예과는 세명대(다군)가 12명 모집에 255명이 지원해 21.25 대 1, 상지대(다군)가 50명 모집에 949명이 지원해 18.9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종로학원 이송희 평가부장은 “서울대 자연계의 올해 지원자가 2150여 명으로 경쟁률도 3.76 대 1(지난해 4.99 대 1)로 떨어졌다”며 “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지방 의·치·한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진로 분명한 곳 선호=아주대 임석철 입학처장은 “의·치·약대가 모두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된 것도 경쟁률 상승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과 의예과 모집을 병행하고 있지만 의예과 정원이 예전보다는 줄어 경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폐지되는 약대도 변수가 됐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은 “지난해까지 1000여 명을 뽑던 전국의 약대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으면서 자연계 성적 우수자들이 몰린 것 같다”며 “진로가 분명한 분야의 선호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마감한 서울대 정시 자연대·공대 지원자는 지난해에 비해 900여 명 줄었다. 인기를 끌었던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4.55 대 1)와 건축학과 건축학전공(3.38 대 1)도 경쟁률이 지난해(각각 8.16 대 1, 6.17 대 1)보다 뚝 떨어졌다.

인제대 김진상 입학관리처장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최근 몇 년에 비해 올해 특히 학생들이 진로가 명확한 학과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 자연계열에 합격하고도 지방대 의대에 가겠다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생명과학계열학부를 다니다 경희대·상지대 한의예과를 지원한 이영석(19)군도 “약대가 신입생을 안 뽑는 데다 경기도 안 좋아 한의예과에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일현·박수련 기자

[J-HOT]

▶ "100년 소나무와 기싸움…이겨야 베지"

▶ 이소연 "우주갔을 때 사기당한 느낌"

▶ 가수 이지연 "1년 6개월 전부터 별거…5년 전 수술도"

▶"대운하 때문에 남편 잘 때마다 헛소리" 울분

▶ 러닝 머신보다 등산이 건강에 더 좋은 이유

▶"이혼 했나?" 신성일·엄앵란, 대구-서울 따로 사는 이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