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은행의 경우

우리 경제살리기와 그러기 위해선 우리 경제 속에 반쯤은 붙박이로 자리잡아 버린 고비용.저효율구조를 이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 이 시절의 화두(話頭)가 돼 있다.경제는 생물이다.그런데 살려내야 할 경제와 뿌리뽑아야 할 저효율

.고비용구조가 동일한 생명체가 돼 있는 것이 문제다.

하나은행이 단기운영자금 경색때문에 부도루머에 시달리고 있던 뉴코아백화점에 3백억원의 융자를 결정한 것은 살릴 것과 죽일 것을 고르는 하나의 전범(典範)이 될 수 있다.하물며 하나은행은 뉴코아의 주거래은행도 아니다.주거래은행인 제일

은행이 한보.삼미 두 그룹의 도산때문에 자금여력이 달려 고객인 뉴코아의 곤경은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평소 하나은행은 업계에서 대출심사가 까다로운 짠돌이 은행으로 반면(反面)명성을 날려 왔다.이러한 하나은행이 선뜻 자신이 주거래은

행도 아닌 뉴코아에 대출을 결행한 것이다.합리적인 짠돌이야말로 합리적인 배짱도 겸비(兼備)하는 법이다.

하나은행의 이번 용단이 차후에 지혜로운 결단으로 밝혀지게 되기를 바라거니와 이번 대출결정은 금융기관이 채택해야 할 우리 경제살리기의 가장 실천적인 길이기도 하다.이 은행은'현금흐름'분석이라는 선진적 대출심사기법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하나은행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 이른바 6대 시중은행들을 위시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두가지 실수를 순차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부실업체에 분별없이 돈을 꿔주었다가 부실채권을 둘러 메거나 심지어 부도를 당했다.그 반발로 지금은 몸을 사려 양호한 거래선의 흑자도산절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담보부족을 구실로 몸을 사리고 있다.

그 바람에 애꿎은 도산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는 은행에 대한 원성(怨聲)이 들끓고 있다.은행금고에는 자금이 넘치고 있는 형편인데도 말이다.실력이 부족한 야구심판이 볼을 스트라이크라고 외쳤다가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그 다음에는 스트라이크를 볼이라고 외치는 짓에 비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