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상담 八起會, 부도위기 중소기업 사장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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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강남구 소재 팔기회(八起會)사무실.

부도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모여 만든 이 사무실에는 최근 부도위기에 몰렸거나 부도를 낸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을 이어 찾고 있다.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부도전후의 대응방안을 상담하러 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상담내용은 주로 ▶부도를 낼 경우 법적 책임 문제▶경영애로사항을 진정하는 방법▶회사살리는 순서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해 대부분 고개를 숙인채 돌아가기 일쑤다.팔기회 직원을 붙들고 전주(錢主)를 찾아달라고 조르기도 해보지만 뾰족한 회생방법을 듣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팔기회는 언제부터인가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통곡의 벽'으로 간주되고 있다.

은행과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다 가족과 종업원들에게도 말못할 이야기나 하소연을 마음껏 털어놓는 장소인 셈이다.

25일 팔기회 문을 두드린 서울의 한 교복생산업체 K사장은“신학기 대목을 노려 7억원어치의 교복을 만들었으나 올들어 한장도 팔지 못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떨구었다.그는 전국의 유통업자들이 중소기업제품 인수를 꺼려해

최근엔 자살충동을 이겨내느라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털어놓았다.

팔기회의 윤한기(尹漢基)사무국장은“경기가 좋을땐 친인척 돈이라도 끌어와 버텨보라고 이야기했지만 최근엔 경기불황의 골이 워낙 깊어져 이같은 말을 꺼내기도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팔기회의 부도상담건수는 올들어 25일까지 모두 1백16건으로 지난해의 90건보다 28.9% 증가했고 부도직전에 찾아온 상담건수는 31건으로 전체의 31.1%를 차지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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