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빅' 탄 해리 포터 성난 얼굴로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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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포터’ 시리즈 3편에는 신기한 동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독수리와 말의 모양을 합친 ‘벅빅’을 타고 해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워너 브러더스 제공]

▶ 해리 포터.헤르미온느.론 등 전편에서 귀염둥이 티가 났던 어린 주인공들은 이제 젖살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훌쩍 커 버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3편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됐다. 우선 아이들이 자랐다. 1989년생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가 훤칠해졌다. 170cm로 자라면서 볼에 붙었던 귀염둥이 젖살이 사라졌다. 볼이 들어가면서 콧날이 더 날카로워지고 눈썹이 짙어져 청년티가 완연했다. 청바지에 허리가 드러나는 짧은 셔츠를 입은 헤르미온느(에마 웟슨)의 가슴도 방긋하다. 론(루퍼트 그린트)의 눈빛은 여전히 흐리지만 목소리는 더 컬컬해졌다.

전편보다 해리 포터가 더 우뚝 섰다. 꼬마 셋이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리가 혼자 공포와 분노에 맞서 싸운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꼬이고 뒤틀린 음모를 파헤치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심감을 찾아간다. 이모부한테 혼나고 계단 밑에 숨거나 자기 방에 갇히는 해리가 아니다. 자신의 부모에 대해 험담하는 어른에게 이글거리는 눈빛을 던진다. 마법이 실린 눈빛에 수다쟁이 아줌마의 몸이 애드벌룬처럼 부풀어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부엉이의 편지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필요 없다. 해리는 이모부에게 화를 버럭 내고는 심야에 짐을 싸 집을 나와버린다. 오는 6월 4일 개봉을 앞두고(한국은 7월 16일) 지난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리역의 래드클리프는 "촬영을 마치고 영화로 보니까 제가 관객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더군요. 그런 제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제작진은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아이들의 성장을 아예 영화의 터닝 포인트 겸 셀링 포인트로 만들기로 결심한 듯하다. 래드클리프는 "반항적인 모습,그게 바로 매력"이라고 주장했다.

헤리미온느와 론, 그리고 말포이의 비중이 줄어든 빈자리를 메우는 새 인물.동물이 많이 등장하는 점도 업그레이드다. 대부분 환상적인 존재들이다. 시각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조연은 반(半)독수리.반(半)말의 기묘한 동물 '벅빅'. 몸뚱이는 말인데 머리는 독수리이고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난다. 괴상한 동물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거인 해그리드가 기른다. 해리가 벅빅을 타고 스코틀랜드 계곡을 따라 호수위를 스치듯 나는 장면이 압권이다. 벅빅은 마지막에 해리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까지 한다.

악령 디멘토는 이번 작품의 악역 주인공이다. 영혼을 빨아마시는 저승사자인데, 영화 속에서는 마법사들의 감옥을 지키는 간수로 등장한다. 영국 귀신얘기에서 늘 빠지지 않는 '그림 리퍼(Grim Reaper)'다. 죽음을 상징하는 긴 낫을 들고 길고 검은 망토로 온몸을 감싸고 다니는 얼굴 없는 귀신이다.

늑대인간도 전형적인 유럽의 옛날이야기다. 보름달이 뜨면 갑자기 늑대로 바뀌어 온갖 해코지를 하다가 달이 지면 멀쩡하고 착한 사람이 된다. 해리의 부모가 볼트모어에게 희생된 비밀을 알고 있는 아버지의 친구 루핀 교수가 늑대인간이다. 평소 해리를 보호해주던 교수다.

정작 아즈카반을 탈출한 죄수 시리우스 블랙은 너무 늦게 등장한다. 3편의 모티브가 시리우스의 탈출이다. 디멘토가 호그와트의 주변을 감싸고 도는 것도 시리우스를 찾기 위해서다. 어쨌든 시리우스가 등장하면서 막판에 실타래같이 얽혔던 비밀이 순식간에 풀린다. 복잡한 실타래가 풀리는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복기해가며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타임머신을 사용한 점은 기발하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다. 시리우스는 벅빅을 타고 날아가고 디멘토도 사라졌다. 한바탕 사건을 통해 한결 성숙해진 해리는 다음편을 위해 남았다. 4편('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지난 3월 제작에 들어갔다. 해리에게 여자 친구도 생긴다. 내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그 때면 주인공들은 성큼 더 자라 있을 것이다. 그래서 5편부터는 주역을 바꿀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만은 "결정된 것은 없다. 출연계약을 미리 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배우들이다. 계속 같이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3편의 경우 감독이 바뀌었지만 흥행은 성공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바뀌어도 가능한 얘기다. 조앤 롤링이란 마법사가 있으니까.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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