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돌리기 위한 수사팀 보강 - 중수부장 왜 갑자기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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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병국(崔炳國)중수부장의 전격 교체는 한보사건 수사에 대한'인책'과 김현철(金賢哲)씨 의혹사건및 한보사건 재수사를 위한'보강'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한보 수사팀에 대한 인책은 최상엽(崔相曄)법무장관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한보수사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게다가 고건(高建)총리가 한보사건 재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수사팀의 인책론까지 시사하자 교체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올 8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의 인책론으로까지 비화되는게 아니냐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돌 정도였다.

이번 인사는 한보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온 국민의 불신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혼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수부장의 경질로 이번 사태가 가라앉는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사 실무책임자인 중수부장을 바꾼 것은 전례없는 일로 검찰로서는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검사들의 내부 반발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에 대한 비판과 인사의 불가피성에는 대체로 수긍하지만 과연 이같은 수사결과가 검찰만의 잘못이며 또 중수부장만 책임질 일이냐고 반문하는게 검찰 내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또 중수부장 경질이 국민들의 비판을 일부 가라앉힐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는 보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수뇌부쪽으로 책임범위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보사건 수사는 국회의원 5명과 현직장관 1명,은행장 2명을 구속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홍인길(洪仁吉)의원이 총무수석때 받은 뇌물액수를 영장에선 밝히지 못하고 기소할 때에야 뒤늦게 포함시킨 것이라든지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청와대 경제수석의 대출 개입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이 비난을 증폭시켰다.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구속된 사람들은'깃털'에 불과하고'몸체'는 따로 있다”는 말이 나도는 것은 수사가 미흡했기 보다는 언론등에 대한 대응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검찰 견해도 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가“수사책임자들이 대부분 기획.공안통으로 특수수사 경험이 없어 미숙한 행동이 여러번 드러났으며 매끄럽게 대처했다면 이처럼 여론의 몰매를 혼자서 맞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총장.중수부장이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도 수사 시작전부터 여론의 의혹을 더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게 검찰주변의 평가다.

신임 중수부장으로 검찰내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인데다 지역성이 없는 심재륜(沈在淪)인천지검장을 임명한 것도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중수부장 교체로 한보 사건과 현철씨 의혹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수사진용이 새로 짜여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번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사건을 재수사했던'12.12및 5.18사건'처럼 특별수사본부 체제 구성도 검토되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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