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검찰청사서 민원인에 피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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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가 검찰청사에서 수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에게 흉기로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오전 11시쯤 광주광역시 지산동 광주지검 7층 이모(46) 부장검사실 앞 복도에서 이 부장검사가 민원인 한모(47·무직)씨가 휘두른 니퍼(전선 절단 공구)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부장검사는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왼쪽 이마를 여섯 바늘, 왼쪽 머리를 두 바늘 꿰맸다.


한씨는 이날 항고사건을 맡은 고검 검사와 면담한 뒤 같은 층에 있는 이 부장검사실을 찾았다. 한씨는 여직원 박모(35)씨를 밀치고 부장실에 난입,“증거가 충분한데도 왜 수사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 부장검사가 “면담신청서를 작성하고 오라”고 하자 갑자기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폭행한 뒤 복도까지 4~5m를 끌고갔다. 이어 미리 준비해온 길이 20cm의 철제 니퍼를 주머니에서 꺼내 이 부장검사의 머리 부분을 가격했다. 사건 당시 부장검사실에는 이 부장검사와 여직원 한 명만이 있었다.

한씨는 비명을 듣고 달려온 옆방 수사관들에게 붙잡혀 구치감에 입감됐다. 검찰은 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상해)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필요할 경우 정신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16일 이모 부장검사가 민원인에게 흉기로 피습당한 광주지검 7층 복도에서 환경미화원이 현장에 남은 핏자국을 닦고 있다. [광주=뉴시스]


한씨는 최근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검사 다섯 명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진정했다. 하지만 이 부장검사의 부서에서 공람종결(조사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함) 처분을 받았다. 한씨는 이에 반발해 고소까지 했으나 각하되자 고검에 항고한 상태다.

◆사건 처리에 불만=한씨는 2005년 11월 자신이 도급받은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의 기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사대금 1000여만원을 받지 못하자 공사 발주자 황모씨를 두 차례에 걸쳐 모욕해 고소당했다. 한씨는 황씨 등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맞고소했으나 모욕 및 무고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검사 11명, 판사 1명, 경찰관 1명, 민간인 관계자 4명 등 17명을 직무 유기, 공문서 허위 작성, 위증 등으로 또 고소했다. 이 때문에 한씨는 무고죄로 지난달 13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추가로 검사 다섯 명을 직무 유기로 진정·고소하기도 했다. 한씨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이 부장검사를 찾아가 자신이 낸 사건을 종결 처분한 것에 대해 따지기도 했다.

한명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억울함을 주장하는 민원인을 상대해 부장검사로서 성실한 소임을 다했음에도 이처럼 위해를 당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자칫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청사 방호에 특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한씨가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언론사 등을 수없이 찾아 다니며 자신의 주장을 호소하는 편집증을 보였다”고 전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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