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4000개 페달 행렬 … 추위 녹인 도심 질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간 14일. 바람마저 매섭게 부는 추위 속에서도 2000여 명의 시민은 오전 9시부터 여의도공원에 몰려 들었다. 방한 마스크·장갑 등으로 무장한 자전거 매니어들은 울긋불긋한 동호회 유니폼을 갖춰 입은 채 ‘애마’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중앙일보 후원으로 열린 ‘서울 자전거 축제’ 참가자들이다.

바퀴가 보통의 것보다 절반 크기밖에 안 되는 자전거, 누워서 타는 자전거(리컴번트), 유모차가 뒤에 달린 자전거 등 이색적인 것들도 상당수 보였다.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하라!’는 문구를 등에 붙인 동호회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저이산화탄소(CO) 환경도시 서울’을 뜻하는 녹색 바람개비를 하나씩 받아 자전거 핸들에 달았다. 엄마·아빠를 따라 나온 어린이들은 바람개비를 입으로 ‘후후’ 불며 즐거워했다. 이들은 서울랜드 고적대의 축하공연과 자전거 묘기 공연팀의 쇼를 즐긴 뒤 원더걸스의 노래 ‘노바디’를 들으며 에어로빅 체조로 몸을 풀었다.

오전 10시30분 출발 신호가 울리자 참가자들은 공원 입구에서 마포대교 방향 마포로 쪽으로 3㎞가 넘는 긴 행렬을 이뤄 나아갔다. 부부가 함께 나온 김정국(48)·이지순(47)씨는 “그동안 둘이 함께 자전거를 즐길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서울 도심을 달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 자전거 축제’에는 이색 자전거와 자전거 용품들이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일명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번트 바이크(Recumbent Bike)를 탄 참가자들 (左). 자전거 묘기팀 ‘엑시’가 BMX 자전거를 타고 공연을 하고 있다(上). 한 참가자가 자전거에 단 트레일러에 아이를 태우고 주행하고 있다 (右). [김태성 기자], [연합뉴스]


자전거 행렬은 세종로 네거리~서울광장~서울역 등 서울 도심을 돌아 여의도공원으로 돌아왔다. 약 18㎞의 거리를 달리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행렬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확보된 2개 차로를 이용했으며, 적절하게 조작된 교통신호에 따라 횡단보도에서도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참가자 신인철(69)씨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들어 ‘자출족’이 즐거워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두에서 자전거 행렬을 이끈 자출족 김병후(신경정신과 전문의) 박사는 “자전거를 타면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끼는 속도로 경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병진 생활체육과장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함으로써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 증진에도 이바지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며 “자전거가 국민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내년부터 매달 자전거 대회를 여는 정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선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J-HOT]

▶ "라면으로 버티며 개발한 특허 돈못빌려 놀려"

▶ 15조 태양광 대박에 대기업-벤처 파경위기

▶ 이효리, 남자 스타들과 '한방서 쿨쿨' 이해되네

▶ "그 조종사를 용서합니다" 윤씨에 미국 감동

▶ 넷북보다 작고 PMP보다 똑똑한 MID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