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독서지도자 변신한 주부 이정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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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모없는 어린이들이 저를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씩 깨닫는 것이 더없이 기뻐요.”

서울강동구천호동 M보육원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석달째'책읽는 법'을 전파하고 있는 독서지도교사 이정은(李姃恩.38.성남시분당구.사진)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책의 전도사'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남편의 사회생활이 바빠지고 자녀가 자라면서 썰렁해진 집안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시작한 것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아 아주 행복하단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6개월 과정의 독서지도사 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내자 뜻을 함께 하는 동료 독서지도사 6명과 지난해 12월부터 보육원 독서교사가 됐다.매주 보육원을 방문,5~6명의 어린이를 모아 1시간30분정도

책읽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이 그의 일과.적당한 책을 선정해 내용알기.작가의 의도파악.비판의 과정을 거치고 창의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어린이들로 하여금 결말을 바꿔보게도 한다.

그는“보통 아이들과 달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처음엔 10분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가 하나둘 생기는등 가능성이 조금씩 보인다”고 흐뭇해한다.

“어린이들이 5학년이 되도록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모르고 있어 충격을 받기도 했다”는 그지만“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집에서 1시간30동안 달려온 길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현재 이웃 어린이 4~5명으로 구성된 독서모임 4개도 운영중인 그는“어린이들에게 처음부터 글 잘 쓰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담만 줄 뿐”이라며 체계적인 글읽기 지도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독후감을 잘 쓰는 비결이라고 소개.“편식이 좋지

않듯'편독'도 나쁘다”며 창작.논리.음악.미술등 다양한 반찬이 있는 잘 짜인 독서의 식단이 어린이들에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즐거움을 TV등 현란한 다른 매체에 빼앗기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그는“자라는 어린이들이 독서의 기쁨을 깨닫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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