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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금연보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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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가 폐암·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주원인이란 것은 이제 상식이다. 전체 암환자의 30%가 담배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담배를 끊는 일은 ‘전쟁’이다.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을 가능성은 3%도 안 된다.

금연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것은 ‘흡연=니코틴 의존증(중독)’이란 질병이기 때문이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코카인·마리화나 이상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몸안에 들어가 ‘쾌감’을 준다. 이 순간 ‘니코틴(담배)은 좋은 것’이란 메시지가 뇌에 반복 입력된다.

금단증세도 담배 끊기를 힘들게 한다. 특히 하루 한 갑 이상 피우고 연기를 깊이 들이마신 사람에겐 금단증세가 더 심하다. 금연보조제를 이용하면 금연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것은 크게 세 종류다.

첫째, 니코틴 패치(파스)·껌·사탕 등 니코틴 보충제다. 니코틴을 보충하면 금연 성공률이 두세 배 높아진다. 게다가 니코틴 파스 값은 담뱃값과 별 차이가 없다.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면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중앙대 호흡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최대 단점은 성공 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며 “패치가 피부에 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1장씩 6~8주간 붙여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니코틴 껌은 생각날 때마다 은단처럼 씹으면 된다. 하루 25개비 미만으로 피우는 사람에겐 2㎎ 짜리, 그 이상 피우면 4㎎ 짜리가 적당하다. 일단 입 안에 넣으면 껌 맛이 사라질 때까지 30분가량 씹는다. 이때 니코틴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와 주스 등 산성음료는 피한다.

둘째,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이다. 이 약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니코틴도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금연약으로 판매를 허가했다. 보통 9주 복용하는데(6개월까지) 약효는 가짜약(플라시보)에 비해 두 배가량이다. 왜 이 약이 금연을 돕는지는 잘 모른다. 장점은 담배를 끊어도 체중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이다. 약값도 바레니클린의 절반 정도다. 흔한 약 부작용은 메스꺼움·두통·어지럼증 등인데 드물게 경기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셋째,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이다. 금연보조약으로 개발된 첫 번째 약이다. 약효가 뛰어나 국내 금연클리닉 의사들이 많이 처방한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담배에 든 니코틴이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붙으면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흡연자에게 안락감을 준다”고 소개했다.

3개월(12주) 복용하는데 국내 흡연자의 금연 성공률이 60%에 달했다. 이는 가짜약 복용자의 금연 성공률보다 3배 높은 결과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복용자의 약 30%가 경험한다. 우울증 환자에겐 처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복용 뒤 멍해지고 집중을 못하는 부작용도 간혹 보고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사에겐 처방하지 않는다. 하루 두 번 먹게 돼 있는데 가격이 셋 중 가장 비싸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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