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 때 그 상품' 다시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수십년 전에 출시됐던 복고상품들이 불황기에 효자제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소비층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1963년 출시된 최초의 국산라면 '삼양라면'(삼양식품), 45년 출시된 '연양갱'(해태제과), 74년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빙그레) 등이 최근 뜨고 있는 대표적인 복고상품이다.

삼양라면은 지난해까지 월 판매량이 40만 박스(30개 들이)에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월 80만~85만 박스로 늘었다. 수프와 면발을 개선했지만 전통적인 주황색 포장은 그대로 유지해 삼양라면에 향수를 느끼는 장년층도 끌어안는 마케팅 전략을 썼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라면을 먹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최남석 홍보팀장은 "생활밀착형 광고 덕분에 젊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공격적인 광고전략과 함께 이마트 등 할인점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60년 된 연양갱도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15억원이던 월 매출이 올해 초부터 30억원으로 뛰었다. 최근에는 주문물량을 대지 못해 전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밀착 마케팅'을 한 것이 성공비결이다.

해태제과 류희정 브랜드매니저는 "제품 컨셉트를 '야외활동 중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영양간식'으로 잡고, 재작년부터 각종 마라톤.인라인스케이팅 대회를 협찬하고 있다"며 "등산객.골프인구를 타깃으로 한 판촉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투게더'와 함께 빙그레의 최장수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도 최근 따뜻한 모성애를 강조한 TV 광고를 내보낸 뒤 월 매출이 전년 대비 15% 늘어난 95억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빙그레는 광고와 판촉을 더욱 강화해 월매출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따뜻한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불황기에는 상품력이 검증된 복고상품을 갱신하는 것이 신제품 개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