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 ‘세종’서 건넨 30억원 관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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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관계자가 세종증권 로비 자금을 관리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증권 인수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5일 세종캐피탈 홍기옥(58·구속) 사장이 정화삼(61·구속)씨와 동생 광용(54·구속)씨에게 건넨 29억6300만원이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인 이모(33)씨에 의해 관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18∼20일 이씨를 소환 조사해 이를 확인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홍씨가 정씨 형제에게 “노건평씨를 통해 세종증권 매각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뒤 세종증권 인수가 성사되자 2006년 2월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을 정씨 형제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인출된 현금 추적=검찰은 이씨가 이 통장을 정화삼씨로부터 넘겨받아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쪼개 관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또 이씨가 이 돈의 일부로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부동산의 실제 주인이 노씨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정화삼씨의 사위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모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 정권이 인수되기까지 6개월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의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이씨가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정씨가 홍씨로부터 받은 돈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경위를 캐고 있다. 그가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씨가 복잡한 자금 세탁을 한 이유도 조사하고 있다. 본지는 이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이씨의 부친은 “장인의 부탁으로 돈 심부름만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로비 자금 중 일부는 정씨 형제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아직 상당 부분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정화삼씨를 불러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추궁했다. 현금으로 인출된 로비 자금의 일부가 노건평씨나 당시 정권 실세에게 건네졌는지도 조사했다.

◆노건평씨에게 고가의 선물=검찰은 세종증권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에게 고가의 선물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김형진(50) 전 세종증권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노씨가 정대근(64·구속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세종증권 측의 입장을 들어보라는 취지로 전화를 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씨 형제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묵살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홍 사장이 찾아와 부탁하기에 다음 날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이 연락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노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세종증권 주식 매매로 1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세종증권 매각 비리(대검 중수1과)와 별도로 대검 중수2과에 맡겼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 특혜 매각 의혹을 함께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2006년 3월부터 5개월간 증권선물거래소가 세종증권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넘겨받았다. 당시 증권선물거래소는 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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