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닥쳐올 혼란 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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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와 관련된 관심과 소란이 거의 전적으로 비리와 의혹 등 과거캐기에 집중되고 있는 동안 실은 거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가공할 화산재가 한국경제를 덮치려 하고 있다.우리는 이번 사건과관련해 닥쳐오고 있는 위험에 냉철하게 대처하는데 더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 보다도 은행의 기능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한보에 1조원 이상이 물린 제일은행은 한은에 5천억원의 긴급특별융자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나머지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신용능력을 평가절하시키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보철강은 말할 것도 없고,이 그룹 소속회사와 거래하는 수천개의 직.간접 납품회사는 생산계획과 외상대금회수에 타격을 받고 있다.이들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고 있지만 이것은 새로 등장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얼마나 오래 퍼부어야 할지 요량도 없다. 한보철강 자체는 전력사용료를 위시해 원자재값 체불 때문에 특별한 조처가 없으면 곧 가동이 전면중단될 상황에 놓였다.6조원이 든 이 프로젝트가 놀고 있으면 이자와 감가상각비만 합해도 연간 1조원의 돈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이런 대규 모 파산회사의 뒤치다꺼리를 금융기관 공동자금관리나 법정관리 등 상식적 처리에만 맡겨뒀다간 한국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법정관리니,자금관리니 하는 것은 사고회사 한군데만,그것도 소극적수습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관리능력상실이란 중병에 걸려 있다.이번 사건을 비리와 의혹으로만 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당사자인 한보나 은행만 관리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부.여야를 막론한 정치권도 나라 관리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 이번 사건이다.만일 나라에 똑똑한 책임감과 관리능력이 있었다면 부도처리를 하기전에 이미 우발(偶發)적 위기관리기구로.한보철강처리 특별기구'를 설립해놓고 대비했어야 했다..한보'사건 때문에 올해 경제가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아서리란 우려가 나돌기 시작하는 것을 주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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