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증인 폭행하는 무법 재판정 왜 방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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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조선·동아일보 ‘광고주 협박 사건’ 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 업체 직원이 광고를 싣지 말라고 협박한 피고인 측 방청객한테 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직원은 법정의 증인석에 앉자마자 재판장을 향해 “법정 밖에서 증언 순서를 기다리던 중 협박과 폭행을 당해 증언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피해 업체에 대한 협박이나 폭행 등은 예견됐었다. 한 관광회사가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고소하자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수만 건의 악성 댓글이 올라왔던 예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피해 업체 명단 공개와 변호인의 서류 열람·복사 신청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 절차가 정당해야 결론에 승복할 수 있다. 네티즌들도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피해 업체의 명단이 담긴 서류 공개를 명령했다.

물론 재판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증인에 대한 보복이 우려된다면 형식적인 투명성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증인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열람·복사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제266조 3의 2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증인을 분리 신문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증인을 무신경하게 처리하여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증인 폭행 등 보복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88건이던 보복 범죄는 지난해 147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8월 현재 109건에 이른다. 증인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은 사법제도를 부정하는 행위다. 재판정에서 이런 식의 폭력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법을 파괴하는 일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이 사건 재판부도 폭행 당사자를 그냥 퇴정시킬 게 아니라 신병을 검찰에 넘겨 조사토록 했어야 한다. 재판부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포기한 셈이다. 검찰은 폭행 진상을 속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히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