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는 KBS에 근무할 때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해야 했다. 퇴근 후에도 모임·회식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여기에 주말 뉴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주말에는 오후 3시에 출근해 밤 11~12시에 퇴근했다. 일하는 날이 ‘월화수목금금금’이 된 것이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아이들이 엄마를 몰라보고, 엄마보다 아이를 봐주는 아줌마를 더 따를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엄마는 필요한 것만 사 주는 존재로 인식될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어머니(59세)가 돌아가신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바쁜 회사일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여행을 다니지도 못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했는데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나니 상실감이 컸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했고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씨는 “10년 동안 열심히 한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뒤 모든 게 달라졌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아이들에게 옷을 입혀주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작은 일들이 즐거움이었다. 사업을 하는 남편(37)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는 “요즘엔 아이들이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고 잘 따른다”며 “맞벌이 부부도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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