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꼿꼿한 기업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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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 침체로 다들 죽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들이 있다. 전체 증시의 약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기업의 주가는 꿋꿋하다. 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다.

◆달려라 자전거=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돋보이는 테마는 ‘자전거’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급등락하는 가운데 자전거 관련주는 질주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이달 들어 주가가 두 배가 됐다. 17일엔 전 거래일보다 14.53% 상승한 725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삼천리자전거의 자회사로 고급형 자전거를 생산하는 참좋은레져도 이달 들어서만 50% 가까이 올랐다.

자전거 관련주는 6월까지 이어진 고유가 바람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다. 기름값이 비싸니 자전거 수요가 늘 거란 기대감에서다.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다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발표한 자전거 타기 활성화 방안은 자전거 관련주에 불을 붙였다.

실적도 좋다. 삼천리자전거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늘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비 50% 줄었다.


◆울적하면 술·담배=경기가 나빠지면 술·담배 등 ‘죄악 주식(sin stock)’이 뜨는 경향이 있다.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에서는 편입하지 않는 종목들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물건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존속성이 의문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담배와 술에 기대려 하는 법이다. 이 때문에 담배·주류 회사의 실적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다. KT&G가 대표적이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7일까지 43.2% 추락할 때 KT&G는 오히려 2.5% 상승했다. 대신증권 이정기 연구원은 “내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와 소주를 생산하는 하이트맥주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6% 올랐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소주와 맥주 출고량은 각각 전년 동기비 3.5%, 4.3%씩 증가했다. 3분기 하이트맥주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5%다. 1000원어치 팔아 250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1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3%로 낮아졌다.

◆불황에도 화장은 한다=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외식비와 의료비다. 내수주가 경기방어주라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의류업종인 LG패션은 이달 들어서 1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화장품은 필수소비재다. 불황이라고 여성이 화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꾸준할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 60%가량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화장품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어났다. 다만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20% 줄었다. 신규 사업인 ‘아리따움’에 투자하느라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덕분에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3.1%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아모레퍼시픽은 11.2% 상승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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