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왜 주식 파나 했더니 … ‘Z값’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 경제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안에서 볼 때는 괜찮은 것 같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빚도 적고 돈도 잘 번다.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 전망이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 게다가 증시 침체에다 환율 상승으로 달러 기준 주가는 전보다 눈에 띄게 싸졌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의 투자 등급을 깎아 내리기에 바쁘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도 좀처럼 그칠 줄을 모른다. 도대체 이런 시각 차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잣대가 바뀌었다=각국 정부의 정책공조로 일단 10월의 주가 대폭락은 멈췄다. 그러나 아직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건 아니라는 게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각이다. 이럴 땐 곳곳에 산재한 지뢰를 피하는 게 투자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보통 땐 주식을 고르는 기준이 수익성에 집중된다. 영업이익은 얼마나 늘고, 자본을 투입하면 얼마나 돈을 버는지가 주된 관심사다. 주당순이익(EPS)·자기자본수익률(ROE)·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이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 이유다. 이런 지표를 만족하는 종목은 대부분 성장지향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비상 상황에선 이런 지표가 무의미해진다는 게 외국인의 시각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말 배포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PER과 같은 지표는 당장 집어치우라고 권유한다”고 밝혔다. 대신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큰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시장을 보는 틀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한국은 위험 지역”=글로벌 IB들이 신용위험 지표로 애용하는 게 ‘Z값’이다. 이는 유동성 비율과 경영·재무 안정성, 영업활동을 하나의 수치로 표현한 지표다. 총자산 대비 운전자본·이익잉여금·세전이익·매출액의 비율과 총부채 대비 시가총액 비율에 가중치를 줘 구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진 빚과 보유하고 있거나 벌어들일 현금을 비교해 부도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값이 3.0 이상이면 건강하고, 1.8 이하면 위험한 기업으로 분류한다. 대신증권 기업분석부 빌 훈세이커 부장은 “특히 신용경색의 시기에는 현실과 잘 부합하는 것으로 검증된 지표”라고 소개했다.

이 잣대를 들이대면 한국은 결코 안전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게 외국인의 평가다. 노무라증권이 300여 개 아시아 기업의 Z값을 구해 본 결과 한국 기업의 30%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 비율은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높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 전체적으로 부채 조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아무리 PER이 낮아 주가가 싸고, 이익 전망이 좋다고 주장해도 판단 기준이 다른 사람에겐 쇠귀에 경 읽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강 기업의 조건=Z값이 높은 회사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게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특별한 무기가 된다. 대신증권이 국내 상장기업을 분석해 본 결과 Z값이 높은 회사는 빚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단기부채도 거의 없다. 자산도 현금성은 많은 반면 받을 어음 같은 불확실한 자산은 적었다. 특이한 점은 채권 등급도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빚을 싫어한 나머지 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어서다. 더존 디지털웨어와 크레듀·메가스터디·LG·엔씨소프트 등이 이런 회사로 꼽혔다.

최현철 기자

◆Z값=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알트만 교수가 부도 예측을 위해 만든 모형. 기업의 총자산 대비 운전자본·이익잉여금·세전이익·매출액의 비율과 총부채 대비 시가총액 비율에 가중치를 줘 구한다. 3.0 이상이면 건강하고 1.8 이하면 부도위험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J-HOT]

▶"사람 다니는 길에서 뭐냐" 시민들 '쌩~' 한나라 지도부 '머쓱'

▶ 오바마 인수위 유일한 한국계, 모친 알고보니

▶"이순신함 소말리아 파견…1000m서 맞히는 저격병도"

▶방수현 "연습장 없습니다" 말에 YS "얼마 들어?"

▶나만 모르는 내 입냄새…이렇게 측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