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황현희 PD’ 눈 상처, 누가 그랬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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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간 경쟁이 치열하기로 이름난 KBS ‘개그콘서트’에서 자기 이름을 내건 코너를 두 개나 가진 이가 있다. ‘황현희PD의 소비자 고발’과 ‘많이 컸네 황회장’에 출연 중인 개그맨 황현희(28·사진)다.

‘누가 그랬을까’라는 유행어를 낳은 ‘많이 컸네 황회장’에서 그는 정체불명의 조직을 이끌며 경쟁 조직의 보스와 공갈 협박을 주고 받는다. ‘너 어제 화장실에서 급해서 바로 변기에 앉았는데 변기 커버 젖어 있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물은 아닌 것 같고, 비타민 먹은 것처럼 색깔은 노랗고. 누가 그랬을까?’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에서는 말쑥한 정장에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리 먹어도 사나이를 울리지 않는 라면’, ‘아무리 먹어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지 않는 시리얼 제품’ 등을 고발한다. 광고를 비틀고 꼬집어 웃음을 주는 것이다. 2004년 KBS 개그맨 공채 19기로 데뷔해 올해로 5년차. 황현희는 짧은 시간 동안 남다른 감각을 인정받았다. ‘조사하면 다 나와’, ‘사실이야 진짜야’,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등 유행어도 여럿 내놨다. 하지만 고민이 있었다.

“유행어는 아는데 제 이름을 기억하는 분은 별로 없었죠. 지난해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땐 제가 범인 조승희와 닮았다고 방송 하차설이 나돌기도 했어요. 이름을 모르니까. ‘황회장’때는 성이라도 알려보자는 심정으로 코너명을 그렇게 붙였어요. 하하하….”

‘황현희표 개그’는 보는 이들을 배꼽 잡게 하면서도 본인은 절대 웃지 않는, 그래서 더 웃기는 이른바 ‘정색 개그’다. 무대에 오른 그의 표정은 원래 웃음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만큼 무미건조하다.

“저 사실 웃음이 정말 많아요. 정색 개그를 시작한 게 ‘범죄의 재구성’ 때인데 그땐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저도 모르게 딱딱한 표정으로 연기를 한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제 캐릭터로 잡았지요. 녹화 땐 허벅지 꼬집어 가며 참다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운전하다가 생각나서 막 웃어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신선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 걸까.

“‘소비자 고발’의 경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아이템을 살짝 비트는 거죠. 그런 아이디어를 찾는 게 참 힘들어요. 광고도 꼼꼼히 보고 마트를 뒤지고 다니기도 해요. 매일 일간지를 4개씩 읽고, 주간지, 잡지, 유행하는 UCC까지 다 챙겨봐요.”

패러디 코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이영돈 PD가 프로그램 진행 도중 “KBS에는 두 개의 소비자 고발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분노를 자아내고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은 폭소를 자아낸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엔 내처 황현희를 직접 출연시키기도 했다. 얼마 전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서태지가 ‘황회장’의 팬을 자처하며 직접 준비한 개그 연기를 펼쳤다. 이쯤 되면 황현희 본인도 인기를 실감할 터.

하지만 그가 인기를 실감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지난달 그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다 얼굴 위로 옷걸이가 떨어져 오른쪽 눈 주변 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눈 전체에 피멍이 들어 3주 동안 안대를 한 채 출연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사고를 둘러싼 팬들의 반응이 기상천외했다. 그의 개그를 모방한 댓글로 게시판을 도배한 것.

‘회장님, 며칠 전에 옷장에서 옷 꺼내다가 옷걸이 떨어져서 얼굴에 맞았죠? 누가 그랬을까!’

“사고를 당했는데 걱정은커녕 유머러스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하하하….”

화면 속 모습과 달리 실제 그는 앳된 얼굴의 20대 청년이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을 터다.

“주병진 선배가 제 롤모델이에요. 진지한 태도로 신랄한 개그를 펼치잖아요. 제대로 된 시사 풍자 개그맨이 되는 게 꿈입니다.”  

글=이에스더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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