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과자엔 ‘달걀가루’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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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중국산 분유에 이어 달걀가루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중국산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달걀가루의 경우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도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과자 봉지를 보고 중국산 달걀가루가 쓰인 것을 가려낼 수 있을까. 없다. 과자 성분에 ‘달걀가루’라 표기된 것은 없다.

‘달걀가루’ 대신 ‘난분’이라고 돼 있다. ‘난분(卵粉)’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이 밖에도 달걀 흰자는 ‘난백’, 노른자위 액체와 가루는 ‘난황액’과 ‘난황분’, 흰자위 액체와 가루는 ‘난백액’과 ‘난백분’, 순수한 달걀 액체와 가루는 각각 ‘전란액’과 ‘전란분’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들 한자어 중에는 사전에 없는 것도 있다. 왜 이렇게 어려운 말로 표기하는 것일까. 법률 용어 때문이다. ‘축산물 검역 대상 지정물’ 규정에는 위와 같은 용어들이 나와 있어 이를 따라 표기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염장육, 염수장육, 자비육, 증제골분, 골소, 염장피, 생피, 염수침적피, 산적피, 육골분, 우모분 등 생소한 한자어가 수두룩하다.

이 기회에 과자나 각종 식료품 등에 표기하는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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