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학년도 大入논술 出題경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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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7학년도 대입 논술시험은 96학년도보다 다소 쉬웠다고 볼 수 있다.우선 지난해처럼 제시문 자체를 이해하는데 지나친 지적부담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각 대학이 사전에 발표한 모의논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했지만 부분적으로 모의논제의 문제점을 수정해 가능하면 평이하게 출제하려는 흔적이 뚜렷했다.
이번 논술시험의 특징중 하나는 제시문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이다.주로 이론적인 글들을 소개하고 논제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으나 서울대의.어린왕자',고려대의.놀부뎐'처럼 문학적인 제시문이 출제됐다.경희대의.조기교육에 대한 찬.반'등처럼신문에 게재된 시사적인 글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또 일상적 생활에서 발견되는 미시적.문화적 현상에 초점을 맞춘 논제가 많이 출제되는등 논제의 소재가 매우 다양해진 점도 특징이다.연세대가 출제한.상투적 표현'의 긍정적.부정적 현상을설명하라는 논제나 유행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견해를 묻는 논제가 대표적이다..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갖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중 한 입장을 선택해 논술하라는 성균관대의 논제도 이런 범주에 든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깊이있는 지식과 예리한 분석력,비판적.창의적 사고 없이는 이들 논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도 두드러진다.가령,서울대의.어린왕자'의 경우 현대사회의 익명성.물질추구에서 야기되는 소외현상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과 구조적.제도적 개선이 갖는장단점에 대한 지식을 논리적으로 활용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있다. 따라서 제시문과 소재 유형의 다양함과 관계없이 논술의 기본적 유형에 더욱 접근하는 형식으로 출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98학년도 수험생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인문.사회과학 및 과학철학적 소재들이 직접 논제로 출제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상반된 입장의 제시문 두개를 요약하라는연세대 논제가 그 예다.
고려대가 출제한 현대 다원주의사회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논제,의사소통에서 숫자나 문자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라는 논제,중용과 정의가 조화될 수 있는가를 묻는 논제도 같은 경우다.
한국사 이해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묻는 이화여대 요약형 논제,.자연에 대한 객관적 태도와 인간중심적 태도중 어떤 입장이 미학적으로 정당한가'.자연과학의 객관성을 예술과 종교와 비교해논하라'는 서강대 논제들도 같은 맥락에서 출제된 것이다.
지난해처럼 특이한 소재를 출제,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한 주제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올해 입시 논제에서도 출제 의도를 정확히 담지 못해 응시생이 다소 당혹할 수 있는 논제도 눈에 띈다.
탈북자 정책(서강대)이나 영어 조기교육(경희대)처럼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는 논제가 여전히 출제됐다.논술의 기본요건이라 할수 있는 쟁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적 지식이나 설명력만을 평가하는 논제도 있었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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