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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이것이과제다>4.가난한 지방재정 대책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충북보은군 공무원들은 지난해 틈틈이 시간을 내 직접 삽과 호미를 들고 땀흘린 끝에 3천여만원을 손에 쥐었다.빈땅으로 놀리던 공유지 3만여평에 붉은콩.밀.땅콩.고추농사를 지었다.
또 명절때 고향에 내려온 사람들과 전국의 향우회를 찾아다닌 끝에 총 9만1천갑의 담배를 팔아 4천2백여만원의 세수입을 올렸다.김종철(金鍾轍)군수는.푼돈'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각에 대해“재정자립도가 10.8%에 불과한 실정 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대전시의 올해 예산서에서 눈에 띄는 신규사업은 제2농수산물도매시장.농수산물물류센터.시립병원 건립등 고작 3건.96년 착공한 지하철사업비를 정부로부터 30%밖에 지원받지 못해 가용재원을 대부분 지하철에 쏟아부어야 하는 바람에 새 사 업은 엄두도못낸다. 지방자치의 씨앗이.재정빈곤'이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안쓰러울 정도다.
쓰레기봉투.공과금고지서 제작비용을 일부나마 충당하겠다고 공무원들이 광고를 낼 만한 기업체나 단체를 기웃거리고 다니는 시.
군.구가 적지않다.세금체납자의 봉급을 압류하거나 약속어음을 받아내고 각종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강경조처도 서 슴지 않는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의 소리도 크지만 전국 2백45개광역.기초자치단체의 96년도 일반회계 예산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예산총액 40조1천1백5억원중 지방세수입은 38.1%인15조2천9백89억원이고 세외수입을 합친 자체수입은 53.7%인 21조5천2백3억원.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단체가 1백41개(58%),군(郡)은 98개중 84%인 82개나 된다.재정자립도가 8%로 최하위인 경북봉화군등 50개단체는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1년6개월전 큰 포부를 갖고 취임한 민선단체장들의 가장 큰 고민인 재정난.전남도의회 서삼석(徐參錫)의원이 최근 전남의 시장.군수 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명을 빼곤 모두 가장 큰 애로가 재정빈약이라고 밝혔다.또 20명 모두 중앙 정부나 도에건의할 사항의 첫번째로 재정지원을 꼽았다.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자기 재원을 토대로 자기 사무를 자기가 처리하는.3자기(自己)'.그러나 지자체들이.빈자루는 똑바로 설수 없다'는 점을 과연 충분히 인식하고 재정 홀로서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18개 시.군중 절반이 재정자립도 20% 이하인 강원도(인구1백52만8천여명,공무원 1만6천8백여명)의 주민 1천명당 공무원은 11명.산간오지가 많은 지역특성을 감안해도 전북.충북.
충남(8.6~8.8명)과 비교해 너무 많다.민선 단체장들이 취임하자마자 경영행정의 첫 작업으로 기구축소.인원감축을 치켜들었지만 시늉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외전화때 요금이 싼 082를 사용하라고 영업하다보면 가장 무감각한 곳이 지방행정기관들이라는 데이콤측의 말도 귀기울여볼 만하다.아직도 많은 공무원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광주시 5개구등이 고작 2~5건씩인 민원을 처리하는 토요일 전일근무제등 주민 비위맞추기식 행정도 비용과 효율을 따져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또 공설운동장.문화예술회관등 1년에 겨우 몇차례 사용할 시설을 무모하게 짓고 나 서 스스로 재정난의 늪에 빠져드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실정이다.
단체장들이 중앙정부등으로부터 예산을 얼마나 많이 따오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풍토도 경계해야 할 부분.
세외수입원 발굴이나 경영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기보다 임명직 단체장시절처럼 중앙부처등을 찾아다니며 로비하는데 급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상룡(李相龍.44)연구부장은“지방자치의 3빈곤(경험.권한.재정)중 경험.권한문제는 시간과 중앙정부가 해결해줄 수 있으나 재정문제는 지자체의 자구노력이 중요하다”고말했다. 자치단체들이 눈앞의 성과에 얽매일게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의 장점을 살려 개발해나감으로써 지역경제의 역량을 키워야 재정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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