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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체코 공장서 기아차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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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기아차그룹이 해외 판매 격감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 공장 물량 조절이라는 획기적인 처방을 들고 나왔다. 현대차의 생산라인 일부를 관계사인 기아의 차종을 만드는 데 돌리기로 한 것이다. 올 하반기에만 해외 공장에서 목표 대비 20만 대를 감산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현대차는 내년 중에 현대 체코 공장에서 기아차의 미니밴 YN을 월 5000대 이상 생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차 해외 공장에서 기아차를 생산하는 건 처음이다. 해외 생산 차종 결정은 짧아도 6개월 전에 해야 한다. 그래야 현지에서 부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물량 조절도 시급하지만 노조가 합의를 해 줘야 가능하도록 돼 있어 해외에서부터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현대차 공장이라도 우리와 엔진·차체가 같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이달 초 완공했다. 연산 30만 대 규모로 우선 해치백 i30을 월 1만 대 생산한다. YN은 내년 하반기 유럽에서 출시할 미니밴으로 i30과 같은 엔진과 차체를 쓴다. 국내 시판 계획은 없다.

기아차는 또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 공장(연산 30만 대)에서 기아 포르테와 함께 현대 아반떼와 i30을 생산하는 걸 검토 중이다. 현대차보다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기아차가 침체된 미국 시장에서 30만 대를 파는 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매가 잘되는 현대 소형차를 함께 생산하면 공장 가동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현대차 울산 공장 노조다. 아반떼를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국내 일감이 줄어들 게 뻔해 노조에서 합의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 노사 단체협상에는 ‘해외 공장 생산 차종이나 물량을 조절해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경우 노조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i30에 이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까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SUV가 안 팔리자 유럽에서 비교적 인기 있는 미니밴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더구나 투싼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포티지와 비슷한 차종이어서 제살 깎아먹는 브랜드 충돌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i30도 유럽 시장에서 기아 씨드와 판매현장에서 충돌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언론은 “i30와 씨드는 차체·엔진이 같은데 이름과 가격만 다르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해외 생산 규모가 240만 대에 달한다. 올해와 엇비슷한 405만∼410만 대를 팔 경우 물량을 줄일 수 없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100만∼130만 대를 감산해야 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내년 판매 목표는 500만 대였다.

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차 판매 감소가 1~2년 지속될 걸로 본다. 따라서 일본 도요타·혼다처럼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해 국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잘 팔리는 소형차를 생산해 일손이 달리는 울산 1·3공장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일감이 적은 제네시스나 SUV 조립 라인 작업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

일본 주쿄(中京)대의 전우석(경영학)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차체와 엔진이 같아 한 공장에서 두 브랜드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살려 생산성을 한껏 높이는 방향으로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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