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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북한 군부 달래기’ 나섰지만 상황 바꿀 뾰족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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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기엔 우선 현재 남한 때리기의 선봉 역할을 맡고 있는 북한 군부의 요구를 들어줘 상황 악화를 막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군 통신선 자재 제공은 연원을 따지면 지난해 10·4 선언이 근거다. 당시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 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한다’는 선언 5항에 따라 그해 12월 남북 군 당국 간 ‘통신 현대화를 위한 자재·장비 제공’이 합의됐다. 따라서 공개적으론 얘기를 안 했지만 정부의 속내엔 10·4 선언을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실무 약속을 이행한다는 대북 메시지도 담겨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대북 전통문을 놓고 “그간 남북 간에 보류됐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북한에 대한 백기 선언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브레인’들은 이날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년간 이 대통령의 자문을 맡아 온 이들 전문가 그룹은 “현재 상황이 북한의 정부 길들이기 시도라는 점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북한 매체의 극렬한 대통령 비방을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적 조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 측근이 “저렇게 행동하는 북한을 5년간 방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유화책을 건의하자 “더 두고 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고민인 셈이다. 그래서 이들 전문가 사이에선 “이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될 때까지는 북한의 태도를 묵묵히 지켜볼 것” “내년 초께 대북 정책 라인을 정비해 금강산 관광 재개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을 놓고 일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13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한의 남북 관계 차단 조치에 따른 정부의 입장 설명을 듣고 있다.[김경빈 기자] 다른 정부의 입장 설명을 듣고 있다.


통일부도 이 같은 청와대 기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극렬한 표현으로 대통령을 계속 비방하는데 이래선 풀릴 것도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준다고 발표한 대북 장비·자재는 원래 31억원어치였다. 정부는 북한 요구에 따라 액수를 더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또 북한을 극도로 자극한 대북 ‘삐라’살포도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자제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성의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한이 전면에 내세운 6·15 선언, 10·4 선언의 이행에 대한 확답을 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성될 새 한반도 국면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대남 위기 지수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지난 10년간의 남북 관계 재조정을 천명한 현 정부 역시 두 선언의 이행에 집착하는 북한을 설득할 반전 카드를 찾기가 어려워 남북 관계는 당분간 냉각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채병건·남궁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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