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의 샤프, 대만의 청화픽처튜브스(CPT)가 가격담합 혐의를 인정하고 총 5억85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내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가 4억 달러로 가장 많고, 샤프는 1억2000만 달러, CPT는 6500만 달러다. 4억 달러의 과징금은 1999년 스위스의 제약회사 호프만라로슈에 부과한 5억 달러에 이어 미 법무부가 반독점 부문에 내린 과징금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들 3사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LCD 판매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소당했다.
미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들 3개사는 컴퓨터 모니터와 TV·휴대전화에 쓰이는 LCD 패널의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유지했다”며 “이에 따라 애플과 델·모토로라 등 컴퓨터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는 13일 공시를 통해 “과징금은 2009년부터 5년간 분할 납부키로 했다”며 “초기 납부액을 최소화한 만큼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징금은 전액 올해 회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악재이긴 하지만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3조7850억원에 이르는 만큼 자금 관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올 4분기에는 경상수익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미지 손상 같은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타격이 적지 않다.
이 회사 주가는 개장과 함께 하한가로 밀린 뒤 장 후반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2500원(11.1%) 떨어진 2만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류성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징금 부담으로 올 4분기 손실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내년에도 시장 상황 악화로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4만2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낮췄다. 다만 악재를 감안해도 현재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김창우·이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