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장녀 "아버지 죽음 이해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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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신 자살한 고(故) 정몽헌 회장의 장녀 지이(26)씨가 아버지의 죽음과 현대그룹 경영권 갈등에 대한 속마음을 처음 털어놨다.

지이씨는 최근 '정몽헌회장 추모카페(정추모)'(http://cafe.daum.net/monghun)에 올린 '정추모 회원 여러분께'라는 글에서 "아버지는 많은 충고나 지침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항상 행동으로서 인생의 모델이 돼 주셨던 분"이라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1월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지이씨가 간접적으로나마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말문을 연 것은 처음이다.

지이씨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시던 분이 그렇게 가족을 포기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항상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고자 했던 분이 평소 자신이 부정적으로 여기던 방식으로 세상을 버렸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권 분쟁과 관련, "어머니와 현대 임직원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만 많은 분들이 현대를 지켜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좌절할 수 없었다"면서 "그 분들의 수고로 현대를 지켜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글 말미에 "많은 분들의 힘으로 지켜낸 만큼, 저희 가족들 그리고 현대 임직원들은 현대가 국민의 것임을 잊지 않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추모' 회원이기도 한 지이씨는 지난 주 어머니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따라 북한에 다녀왔다.

<다음은 지이씨의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정추모 회원님들!

故 정몽헌 회장 촛불추모제와 창우리 참배 행사에 동행 했던 정지이 입니다. 정추모 카페에 가끔 들어가긴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추모 회원 여러분,

아버지는 저에게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굳이 많은 충고나 지침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항상 행동으로써 저에게 인생의 모델이 되어주시던 분이셨구요. 항상 그렇게 묵묵하고 듬직하게 저를 챙겨주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가버리시고는 어찌할 바를 몰랐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 강하시던 분이 이렇게 우리 가족을 포기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고, 항상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고자 했던 분이 평소에 자신이 부정적으로 여기던 방식으로 세상을 버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현대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비롯한 현대 임직원 모두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분들이 현대를 지켜내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좌절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현대를 이루어냈고 이끌어가고 있는 수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 속에서 현대가 이미 개인이 아닌 모든 분들의 기업임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분들의 수고로 이렇게 현대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정주영 명예회장)와 아버지(정몽헌 회장)의 혼이 서려있고 이토록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현대그룹에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추모와 같이 현대와 아무런 관련 없는 많은 분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은 현대그룹을 지켜준 또다른 큰 힘이었습니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가족과 기업의 일인데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으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힘이 바로 정추모와 같은 순수열정을 지닌 네티즌들에게서 나온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특히, 정추모 회원 여러분들은 저희 가족에게 든든한 힘이 힘이 되었습니다. 항상 아버지를 기억해주시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와 같은 뜻을 지닌 친구를 얻은 듯 든든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서명 운동을 받느라 수고하시고, 경영권 분쟁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셔서 저뿐만 아니라 저의 어머니와 온 가족이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힘으로 지켜낸 현대인만큼, 저와 저희 가족들 그리고 현대 임직원들은 현대가 국민 여러분의 것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한 시기임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현대는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카페가 예전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따뜻한 여러분의 마음이 느껴지는 카페라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그러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저에게는 늘 고맙게 느껴지고, 그러한 마음 영원히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지니고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몰라서 망설였었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어머니와 상의해서 조만간 운영진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날씨도 너무너무 좋은데 이러한 봄날씨 같이 매일매일 행복하세요 ̄.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정지이 올림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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